'현금 고갈' 재규어랜드로버, 믿고 사도 될까?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사진=랜드로버 홈페이지.

영국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랜드로버의 현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부진한 중국 시장 실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리스크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악재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18일(현지시간) 포브스와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4분기 31억파운드(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무역분쟁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이 크게 꺾였고, 브렉시트 때문에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리스크가 산적한 영향 탓이다.

이탓에 지난해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재규어랜드로버의 전세계 판매량은 59만27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감소했다. 재규어는 1.2% 판매가 늘었지만 볼륨 모델을 책임져야할 소형과 중형 세단 XE와 XF가 모두 부진했고, 랜드로버는 디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대한 수요 감소로 판매량이 6.9%나 줄었다.

월가에서는 랜드로버의 부진에 대해 포지션이 겹치는 모델들을 중복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 데다가 하이브리드 등 산업 변화에 늦에 대응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11월 대대적인 경영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1년6개월간 25억파운드(약 3조64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이고 전체 직원의 10% 가량도 감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500여명을 감원한데 이어 4500여명을 또 줄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재규어랜드로버가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부진한 중국 신차 판매를 안정화 시키고 현금흐름을 개선해 수익성을 향상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재규어랜드로버가 경영진부터 변화가 시급하며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금마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재규어랜드로버가 2017년 3월부터 매 분기 평균 6억7000만파운드(약 9800억원)의 현금을 태우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2년동안 현금흐름이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재규어랜드로버의 부채도 47억파운드(약 6조8400억원)에 달하는데 유동성은 점점 막히는 상황이다. 은행이 정해진 한도내에서 계속 대출을 해주는 회전신용편의(2022년 만기) 규모는 2년새 44억파운드(약 6조4000억원)에서 19억파운드(약 2조8000억원)까지 절반 넘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