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인상 반발하는 대형가맹점에 '경고장' 날린 금융위

한국마트협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상인단체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인하 전국투쟁본부 회원들이 26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 환영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대형가맹점이 협상력에 과도하게 의존해 수수료를 부당하게 인하해 달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련법상 처벌도 가능하다."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는 대형가맹점에 사실상 '경고장'을 날렸다. 대형가맹점들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마케팅 혜택을 과도하게 누려왔으면서 정작 이에 상응하는 수수료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지난해 마련한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올해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연간 8000억원 가량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새 수수료율에 근거해 산출한 것이다.

금융위는 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과 일반가맹점의 수수료 경감효과 자료를 내면서 예정에 없던 언론 브리핑을 했다. 다음달 1일부터 연매출 500억원 초과 2만300여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이 시작되는 가운데 일부 대형가맹점이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자 이에대해 '경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마케팅 혜택이 집중된 일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가 인상될 수 있다"며 "마케팅 혜택을 누려온 대형 가맹점이 그동안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왔는데 이는 '수익자부담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종의 대형 가맹점은 연간 수수료를 3500억원 부담해 왔는데, 카드사가 지출한 총 마케팅비용은 3600억원으로, 수수료보다 더 많았다는 설명이다. 카드수수료 원가에 해당하는 '적격비용'을 산정할 때 '수익자부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일부 대형가맹점은 100원 결제시 1.7원 이상의 부가서비스혜택을 누리면서 수수료는 1.8원 밖에 안 냈다는 예시도 들었다.


금융위가 공개한 지난해 상반기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대형마트 1.94%, 백화점 2.01%, 통신업 1.80%이었다. 연매출 30억~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18%인데 마케팅 혜택을 더 누린 대형가맹점은 평균 수수료(1.94%)가 이보다 낮아 '수수료율 역진성' 문제가 발생했다. 카드사들은 올해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0.2%포인트~0.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윤 국장은 대형가맹점이 '협상력'을 내세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면 여신전문금융법상 처벌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윤 국장은 "물론 가맹점과 카드사 계약은 자유의사에 따라 하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여전법 취지에 따라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법 18조3항에는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관계기관 통보 등 조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여태껏 금융당국이 이런 이유로 사법당국에 대형가맹점을 고발 조치한 적은 없다.

금융위는 고비용 마케팅비용 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당초 예정보다 2개월여 늦은 다음달 쯤 발표하기로 했다. 윤 국장은 "부가서비스 감축에 대해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금감원과 '전수'로 실태조사를 하면서 지연됐다"며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 (카드사가) 법원에서 승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려면 카드 출시 3년이 지나야 하고, '적자'가 나야 한다. 또 6개월간 변경고지도 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충족했다 해도 법원에서는 "카드발급 시점에 서비스축소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승소했다. 카드사들이 카드발급 시점에 서비스 혜택 축소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이미 발급된 카드에 대한 부가서비스 축소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