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드럭] 스테로이드, 정말 나쁜 약일까?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이지혜 디자이너

#서울에서 피부과의원을 운영하는 김 원장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환아(13세)에게 효과가 뛰어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연고를 처방했다. 그러나 환아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위험한 스테로이드연고를 처방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스테로이드 의약품도 잘 쓰면 부작용 없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화만 내고 돌아갔다.

스테로이드는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호르몬을 본떠 만든 유기합성물이다. 부신피질호르몬이 강력한 소염·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스테로이드는 현재 알레르기성 질환, 기관지천식,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피부염 등 다양한 질환에 치료제로 사용된다. 뛰어난 효과로 한때 ‘신의 은총’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과다 사용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나쁘고 위험한 약’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물론 스테로이드를 장기·과다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스테로이드 특성상 면역력을 약화하고 인체 호르몬에 영향을 끼친다. 얼굴 모양이 둥글게 변하고 체중이 증가하며 복부비만이 발생하는 쿠싱증후군이 대표적 부작용 중 하나다. 또 필요 이상으로 인체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골다공증, 당뇨병, 고혈압, 근육위축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부작용만 놓고 보면 마치 사용해선 안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는 적절히 잘 사용하면 어떤 치료제보다 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테로이드는 피부과에서 가장 많이 처방하는 의약품이기도 하다. 아토피피부염 등 염증성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의약품이 없기 때문이다. 영유아에게 단기간 사용하는 것도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천식 치료에서도 흡입용 스테로이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꼽힌다. 흡입용 스테로이드의 경우 장기간 사용하더라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 역시 스테로이드는 오남용하면 독약이 되기도 하지만 잘 쓰면 ‘명약’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