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계약무효 소송에, FI "대응 가치 없다"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6개월 이상 협의해서 이뤄진 정상적인 계약을 갑자기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본질은 바뀌지 않는 만큼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2012년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측 관계자는 20일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행사와 관련해 예정대로 이달 중으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중재 신청 결정은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이뤄져 철회할 수 없는 것"이라며 "풋옵션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펀드 출자자(LP)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9월 어피니티와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 구성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였다.

신 회장의 백기사를 해준다는 것을 전제로 2015년 9월까지 IPO(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SHA(주주간계약)을 맺었다. IPO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해 11월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 측은 당시 FI와 SHA를 체결할 당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지 못한 채 상대방의 강요로 협약에 체결됐다는 입장이다. 당초 신 회장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FI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FI를 상대로 SHA 자체가 무효라는 원천무효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FI측 관계자는 "영문으로 된 수십 장의 SHA를 만들기 위해 신 회장 측과 6개월 이상 협의를 했다"며 "신 회장 측이 법률적 검토를 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계약이 무효라고 소송을 하는 것은 신 회장의 자유"라면서도 "계약 내용이 명확해서 소송 자체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또 신 회장 측은 FI들이 주장하는 2조원의 풋옵션 규모가 과도하며, 이를 산정한 안진회계법인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단 입장이다. 신 회장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공정시장가격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시점인 2017년 말을 가치산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FI 관계자는 "풋옵션을 제기하기 직전 사업연도의 회사가치를 공정시장가격 산정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