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우리 장비 안 써도, 투자 계속하겠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이승배 기자 =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찾은 관람객들이 화웨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19.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캐나다에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캐나다에서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멍완저우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되는 것을 막고, 5세대(G) 통신망 구축 과정에도 참여하기 위해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이날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캐나다에서 연구개발 관련 인력을 20% 늘려, 새로운 일자리 200개를 더 만들겠다"면서 "연간 연구비 지출도 2500만캐나다달러(약 213억원)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캐나다 협력회사나 대학들과 공동으로 생산한 지식재산권도 캐나다 밖으로 유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화웨이의 이번 결정은 캐나다 법원이 멍 부회장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하는 것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해 12월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멍 부회장은 현재 보석으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멍완저우 부회장을 금융사기와 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캐나다 정부에 멍 부회장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캐나다 법원은 다음 달 1일까지 멍 부회장을 미국에 보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화웨이는 캐나다의 5G 사업 참여도 적극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통신 장비가 중국 정부의 도·감청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며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구성된 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는 화웨이 장비의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는 멍 부회장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한때 캐나다인 10여 명을 체포하고, 캐나다산 카놀라유 수입 중단을 경고할 정도로 화웨이를 지지하고 있다.

량 의장은 "현재 중국과 캐나다의 관계는 이상적이지 않다"면서도 "끝에 가서는 화웨이의 캐나다 5G 참여가 다른 무엇보다 기술적 요소로 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는 정치적으로 제기된 것이며 기술력 면에서는 자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미국의 제재는 엄청난 공짜 광고다. 덕분에 전 세계가 화웨이를 알게 됐다"며 "캐나다가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더라도 연구개발 투자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앞선 기술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경쟁을 통해 승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3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압박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