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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야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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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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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수난 시대] (종합)



'야동'을 논(論)하다


[야동 수난 시대-①]본지(本紙) 기자 7명의, '야동 규제 난상 토론'…"부끄러우니 익명으로"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야동(성인 동영상) 다들 보고 있나요?"

2월25일 오전 10시30분, 팀 회의 시간. 갑작스런 팀장 질문에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팀원 둘 정도는 고개를 숙였고, 인턴기자 몇몇은 배시시 웃었다. 성인이, 성인 동영상을 보는 게 왜 이리 부끄러운 주제가 됐는지.

대낮도 안된 아침에, 뜬금 없이 이 얘기가 나온 계기는 당연히, 정부의 '불법 사이트' 890개에 대한 규제였다. 이중 더 논란이 된 건 음란 사이트 96개. 접속 경로를 파악하는 SNI란 기술을 도입해, 못 들어가게 막았다는 결정에 찬반이 거셌었다. 특히 반대 측은 "정부 감청이다", "실효성이 없다" 등을 주장했다. 25만여명이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을 밀어 올린 탓에, 정부가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기까지 했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팀원 6명이서 토론을 해보자고 했다. 솔직한 얘기가 안 나올 것 같아, '익명'으로 해보자 했다. '허심탄회'하게, 야동 규제를 막는 게 타당한지, 아닌지, 한 번 논(論)해보자고. 방장이라, 어쩔 수 없이, 정체가 드러나는 팀장은, 발제와 진행 정도를 맡았다. 다음은 26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인 결과물이다. 메신저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토론을 벌였다.

쟁점 ①: 정부의 '불법 사이트' 전면 차단은 옳은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야동'은…
정부가 차단하려는 게 '불법 동영상'이고, 이게 리벤지(보복) 포르노나 몰카 등이며, 막아야 한단 점에선 다들 뜻이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방식처럼, 불법 사이트를 막기 위해 https(보안접속프로토콜)를 전면 차단하는 게 옳은 것이냐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갈렸다.

익명: 정부 규제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선 향후 인터넷 검열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정부는 불법 음란물을 스크리닝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기술을 쓴다 하지만, 기술자 의도에 따라 충분히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빅브라더'같은 대대적 검열이 이루어질 수 있잖나.

투투: 정부 차단에 찬성한다. 본질은 '불법 음란물'을 못보게 하는 것. 불법 음란물로 피해 보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게, 자유롭게 야동 볼 권리보다 우선한다고 본다.

비타민: '피해자의 생존권' vs '야동을 자유롭게 볼 권리'에서, 당연히 피해자의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익명: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를 근절하자는 취지엔 이견이 없을 거다. 그러나 이를 막자고 야동사이트를 원천 봉쇄하는 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닌가. 그런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사람을 엄정하게 처벌해야지, 원천적으로 인터넷상에서 규제 정책을 펼치는 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본다.

ㅇㅇ: https 접속 차단에 찬성한다. 음란물 규제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대책과 대중적 처방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지금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익명이: 원칙적으로는 이런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일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백히 몰카 피해자가 있고, 추가피해를 가장 빠르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https 차단이라 생각해 동의하는 입장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현재 지적되는 '개인정보 보호 무력화 위험성' 등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비타민: 길게 보면 찬성 쪽 입장이긴 하지만, https를 급히 차단하기 보단, 불법촬영카르텔부터 뿌리뽑고 강력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여성들의 불법촬영규탄시위도 몇 차례 벌어졌지만, 정부는 초소형카메라 유통금지조차 강력히 하지 않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고 차단한 후에 보안접속프로토콜을 차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

쟁점 ②: "실효성 없다" vs "그래도 규제"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야동'은…
특히 '실효성' 측면에선 다들 회의적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법 영상 근절을 위해, 이 같은 규제가 필요하단 찬성 측 입장과 그렇지 않단 반대 의견이 대립했다. 다음은 실제 토론 내용이다.

익명이: 이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인진 모르겠다. 이번 차단 대상 사이트는 주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이다. 하지만 야동은 토렌드나 위디스크 같은 p2p에서도 소비된다. 제가 어제 친구들을 만났는데, 쉽게 우회하는 어플도 있다더라.

투투: 실효성이 없다고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라도 두는 게 낫다고 본다.

얏옹이요?: 불법 음란물 유통을 근절시킬 확실한 방안은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효과가 전무하진 않을 것 같다. 최선책이 없다면, 차선책부터 실행하는 게 맞지 않나.

ㅇㅇ: 파일을 열어보는 것보단, 스트리밍 사이트를 차단하는 게 정부 입장에서 손쉬운 방법이라 본다.

익명이: 솔직히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상상이 잘 안 간다. 결국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 https 차단을 넘어, 더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얏옹이요?: 사이트 규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불법 음란물 유통과 소비를 차단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막 규제를 시작한 시점에서, 실효성에 대해 논하는 것도 이른 감이 있지 않겠나.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우회를 할 수 있게 되면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 아닐까? 그래도 정책이 필요한가?

얏옹이요?: 이 규제로 100% 차단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접속에 불편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진 않을까.

쟁점 ③: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차단할까?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야동'은…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단 점에 있어선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가 없는 게 아닌데, 이런 차단 방식은 왜 유독 우리나라만 있을까?

ㅇㅇ: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점이 논란의 핵심인 것 같다.

익명: 포르노를 합법으로 인정하는 해외 국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음란물 제작과 유통이 불법으로 규정돼 있고, 옆나라 일본은 성인용 비디오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음성적으로 음란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 그래서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 등의 영상도 많이 시중에 떠도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얏옹이요?: 불법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국가는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영국·중국·독일 등. 왜 우리나라만 고도화된 차단 기술(https 차단)을 적용하냐는 지적이 있을 순 있다. 그건 대다수 불법사이트들이 https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다른 나라처럼 http만 차단하면 불법 콘텐츠 규제의 실효성이 더욱 떨어지니까.

익명: 개인의 성욕을 원천 규제하려는 시도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합법적인 경로로, 야동의 소비하려는 이들의 출구(?)를 열어줘야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 같은 악성 영상 등도 궁극적으로 근절 가능하다고 본다.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성인물의 불법 규정 및 음성화가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 제작 유통을 촉진시킨다는 얘기인가?

익명: 정확한 상관 관계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음란물을 불법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유통되선 안될 질 나쁜 영상까지 우후죽순 제작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타민: 디지털 성폭력 360건 중 실형 선고율은 11%다. 정부의 불법 성인물 규제가 되려 리벤지 포르노를 생산시키는 것 보다는, 불법 음란물 제작자와 유통자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가 더 근본적 원인인 것 같다.

쟁점 ④: 그래서, 대안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야동'은…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선 https 차단도 그렇지만, 다들 얘기했듯 더 중요한 게 많은듯 하다. 앞서 언급됐지만 처벌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엄청 미미한 수준이고, 2차 가해에 대한 감수성도 떨어지고, 피해 이후 지원책도 미비하고, 초소형 카메라 이런 건 인터넷 검색만 해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대책들이 충분히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국가 개입에 대한 말들은 많지만, https 규제 카드까지 들고 나온 정부 입장도 공감한다. 불법 영상을 오죽 막기 힘들면 그랬을까.

투투: 온갖 방법으로 규제가 안되고 피해자가 늘어가니 택한 결정일 거다. 또 추후 검열을 기존 목적과 다른 곳에 이용한다든지, 실효성이 0에 수렴한다든지, 이런 막대한 부작용이 나오면 고민해봐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얏옹이요? : 몰카 등 불법 음란물의 문제점 중 하나는 피해자는 1명(혹은 소수)인데 가해자는 불특정 다수라는 데 있다고 본다. 현 정부의 불법사이트 규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가해자의 수 자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촬영, 유통뿐만 아니라 불법 음란물을 소비하는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음 한다.

ㅇㅇ: 정부 규제가 힘을 얻으려면 다른 방법도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 차단으로만 막겠다는 건, 반발만 살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소통의 과정을 원활히 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 CCTV 경우도, 따지고보면 엄청난 통제 수단이다. 그러나 흉악범들의 범죄를 예방하고 낮추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 https 차단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불법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후유증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서 나온 각종 관련 범죄자들을 엄벌하는 것이 선행되야 하는 게 옳다는 게 최종 의견이다.

남형도 기자, 한민선 기자, 박가영 기자, 조해람 인턴기자, 이호길 인턴기자, 류원혜 인턴기자, 권성진 인턴기자



내가 보는 야동, '불법'일까?



[야동 수난 시대-②]불법과 합법, 그 사이 놓인 '음란물'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음란물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놓여 있다.

최근 정부는 불법 유해 사이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달 11일부터 유해 사이트 차단을 위해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필드 차단을 도입. 불법 도박 사이트 776곳, 음란 사이트 96곳의 접속을 막았다. 몰래카메라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등 불법 콘텐츠의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강한 조처를 시행한 것이다.

정부가 '불법 음란물' 유통을 막겠다며 팔을 걷어붙였지만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음란물과 이를 차단하는 규제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 '불법'의 기준을 확립해 유해 사이트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야동'은…

한국에선 '음란물'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현행법상 음란의 개념이 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서다.

대신 판례를 통해 구분한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08년 대법원 판례에서 음란물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왜곡·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포르노 역시 대법원 판례를 통해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어두운 분위기 아래 생식기에 얽힌 사건들을 기계적으로 반복·구성하는 음란물의 일종'이라 정해졌다.

이 같은 음란물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게 된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1호는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단순 시청이나 소지만으로는 처벌받지 않는다.

모든 음란물이 '불법'인 것은 아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성인영화'는 '합법적인 야동'으로 여겨진다. 실제 성관계를 하지 않고 출연자들의 음모, 성기 등이 노출되지 않은 콘텐츠는 합법적 음란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문 배우들이 동의 하에 촬영한 '성인영화'라 해도 심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콘텐츠와 같이 음란물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며 "최대한 대법원 판례에 맞춰 심의 중이다. 성기가 노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차단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직 여긴 접속되는데?"…모호한 방심위의 '불법' 기준

/사진=불법·유해정보 차단 안내 페이지 캡처 화면
/사진=불법·유해정보 차단 안내 페이지 캡처 화면
유해 사이트 차단 기준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의 유해 사이트 차단 기준은 '불법' 여부다. 하지만 불법성 여부에 대한 방심위의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유해 사이트 리스트는 방심위가 관리하고 있다. 경찰, 여성가족부 등 유관 정부 기관은 유해 사이트 신고만 할 수 있다. 차단 결정은 방심위의 몫이다. 방심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라 불법 유해 사이트를 정한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음란물 대부분이 '불법'이라면 성인 사이트 전체가 차단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기준대로라면 유튜브 접속까지 막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방심위는 2015년 일부 만화의 음란성을 문제 삼아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 접속을 차단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방심위는 '과잉규제'라는 비판에 하루 만에 차단을 철회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지금 '불법 음란물'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모호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포르노 등 음란물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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