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조사위원'하다 해당 사건수임 변호사 '견책'…法 "정당"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건물에 대한민국법원을 상징하는 로고. 2015.9.16/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고(故)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 조사에 참여한 변호사가 이후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을 수임해 견책 처분을 받은 것은 정당한 조치였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변호사 A씨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징계 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7월부터 2004년 8월까지 2기 의문사위에서 별정직 공무원인 제1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장준하 사건 조사 재개 및 재조사 후 진상규명 불능 결정의 심의·의결에 관여했다. 상임위원직에서 물러난 A씨는 2013년 유족들이 제기한 민·형사 사건을 대리했다.

검찰은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에 "A씨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수임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징계 개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법무부 변호사징계위는 이듬해 검찰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받아들였고, A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의문사위 당시 심의·의결에 참여한 장준하 사건과 유가족들이 제기한 형사재심사건 및 민사 사건은 전혀 성질이 다르다"며 소송을 냈다. A씨는 형식적인 소송 위임장을 제출한 것일 뿐 실제 수행도 하지 않았고 경제적 이익을 얻은 바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장준하 선생의 유족이 제기한 형사 재심사건과 민사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의문사위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들과 분쟁의 실체가 동일하거나 실체적으로 같은 쟁점을 포함한다"며 "A씨가 수행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징계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공무원 등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게 된 사건에 관해 수임을 하는 행위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공정성 구현, 사건 관계자를 포함한 일반 국민의 신뢰 확보를 위해 규제할 필요성이 크다"며 "수임 후 별도의 소송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변협 징계위의 징계심의 절차가 무단으로 생략돼 절차상 문제가 있고 형사재심사건에 대한 징계 시효도 만기 됐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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