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아스트…항공부품株 슈퍼사이클 진입 ‘일감대박’

항공기 부품업체들이 과거 조선, 반도체 기업들이 경험했던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진입했다. 아직은 초기국면인데 항공기 수요급증에 노후기체 교체까지 이뤄지며 10년, 20년치 일감이 밀려와 이미 확보한 수주만 수조원에 달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항공부품 상장사 주식을 쓸어담는 중이다.


◇항공기 수요급증…보잉, 에어버스에 밀려든 10년치 일감=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는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의 주가는 2016년초 140달러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4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연말(322달러)과 비교해도 30% 넘게 상승한 수치로 시가총액은 275조원(원화기준)에 달한다.

JP모간은 지난달 보잉의 목표주가를 4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라지브 랄와니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보잉이 항공기 수요 급증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고, 최소 10년치 수주도 확보돼 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올려잡았다.


지난해 보잉의 매출액은 1011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이보다 7.4% 늘어난 1071억달러를 올릴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23.0% 늘어난 141억달러로 전망된다.



특히 신흥국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항공승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여기에 공항증설과 신생 LCC(저비용항공사) 등장, 노선확대가 잇따라 진행중이다. 이런 호황은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2017년 비행기 승객이 2005년보다 4배 급증한 5억5200만명이 됐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조종사 5000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앞으로 20년 동안은 매년 6500명의 조종사를 새로 뽑아야 할 것으로 본다.

아시아태평양 항공센터(CAPA)에 따르면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 5개국은 지난 3년간 두 자릿수 항공승객 증가율을 기록했고 이런 추세는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산업이 조선업 이상의 장기호황을 보이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 항공부품 기업으로 몰리는 일거리=

보잉은 매년 700대 중반의 항공기를 제작, 인도해 왔는데 지난해에는 806대의 항공기를 제작했고 올해는 895대로 수치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매년 신규 수주가 연간 항공기 제작대수를 추월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비행기 가격도 연일 올라가는 중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세계 항공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과 프랑스의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다"며 "양사의 수주잔고는 각각 5964기, 7415기로 연간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면 7.8년과 10.3년의 일감이 이미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1만여대의 항공기들이 추가적으로 교체되고 이를 보잉과 에어버스가 양분할 것"이라며 "에어버스는 금액기준 수주잔고가 2017년 민항기 매출액의 20배인 9547억유로에 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항공부품업체들도 장기호황에 진입했는데 특히 한국 업체들의 수혜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제조업이 발달한 영국은 브렉시트 이슈 때문에 에어버스 등이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보잉 등과 협력해 항공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기술력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크다.

반면 한국기업들은 오랫동안 기술력이 검증됐고 경남 사천단지에서 다양한 부품을 함께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한국항공우주는 보잉과 에어버스 국제공동개발사업에 핵심파트너로 참여해 항공기 기체 구조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지난 연말 기준 2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아스트 경남 사천 공장 내부.

◇한국항공우주, 아스트…항공부품株 쓸어담는 펀드매니저들=

김익상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 (49,200원 ▲150 +0.31%)는 엠브라에르, 봄바디어 등 민항기 제조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며 "세계 민항기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구조물 공급량이 비례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스트 (1,070원 ▲64 +6.36%)는 보잉의 주요 협력사 중 하나다. B737의 후미동체와 기체 격막 구조물을 주로 납품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까지 확보된 수주잔고만 2조8000억원에 달하고 올해 추가수주가 거론된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스트의 매출액은 보잉의 주력 기종인 B737 제작대수와 거의 비례한다"며 "보잉의 생산증대 등을 감안하면 매출증가와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샘코 (2,015원 ▲105 +5.5%)는 항공기 도어 시스템과 날개 구조물, 조종시스템 등을 공급하는데 지난해 연말 158억원의 납품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항공 부품주들을 매일같이 사들이는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외국인이 1562억원, 기관이 494억원을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