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논란 휩싸인 택시·카카오 '카풀' 합의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가 내놓은 합의를 두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카풀 사업 축소와 모빌리티 시장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가로막는 내용들이 포함돼서다. 대타협기구의 편향된 논의 구조가 불공정한 합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쏟아지는 택시·카풀 합의 '비판'… "카풀 사업성 사라져"=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대타협기구가 합의를 발표한 이후 스타트업 주요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창업자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는 "카풀이 독립적인 모빌리티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대타협기구의 주요 합의 내용은 △제한적 카풀 허용 △플랫폼 택시 도입 △초고령 개인택시 감차 추진 △택시기사 월급제 시행 등이다. 카풀 운행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 등 4시간으로 제한한 내용이다. 주말, 공휴일 운행도 못한다.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왼쪽 3번째)이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전체회의를 마친뒤 합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가장 큰 논란은 핵심 쟁점인 운행시간 해석에 대해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카풀 근거 조항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서만 유상 운송(카풀)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규정한다. 운행시간의 경우 별도 제한이 없다. 하지만 합의 내용을 법제화할 경우 카풀 시장 규모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함께 추진하는 플랫폼 택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타협기구는 플랫폼 택시 업체가 택시 면허를 빌려 다양한 유상운송 사업을 펼치는 '면허전환형 플랫폼 택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플랫폼 업체가 택시 면허를 사들이거나 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배제될 수밖에 없고,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사업 구조다.


카풀 스타트업 위모빌리티의 박현 대표는 "카풀 시간 제한을 두면 카카오가 아닌 다른 업체들인 카풀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며 "이번 합의는 카풀, 플랫폼 택시 모두 대기업인 카카오에 넘겨주겠다는 야합"이라고 지적했다.

◇편향된 논의 구조, '불공정' 합의로 이어져= 이번 합의를 두고 대타협기구의 태생적 한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택시업계와 카카오에 편향된 논의 구조가 불공정한 합의로 이어졌다는 것. 대타협기구에는 더불어민주당(여당)과 국토교통부(정부), 주요 택시단체 4곳,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카풀 업체들의 의견이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발족 당시부터 카풀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대타협기구는 카풀 업체, 이용자 단체에 참여를 요청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합의를 카풀 시장 전체로 확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논의에서 배제된 업체들에 합의 이행을 강요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카풀 업체 풀러스는 "실효성 없는 합의"라며 자사 사업엔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부터 승객 팁 기반 무상 카풀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승차공유 업체 차차크리에이션의 이동우 대표는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 서로의 이익을 위한 사업 개선 합의에 불과하다"며 "승차공유를 통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많은 국민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