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국회의원 사관학교'?…자체로 '세력'이 된 그들

머니투데이

이재원 , 박선영 인턴 기자

국회에서 기자·앵커·아나운서 등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전에 비해 줄긴 했지만 20대 국회만 봐도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20명이 넘는다. 비율로 따지면 7% 가량이다. 초선 뿐 아니라 3선 이상의 ‘장수’ 의원들도 많다.

이번 국회만의 일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선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 10% 가량을 차지했다. 이처럼 언론인은 법조인과 더불어 정치권에 꾸준히 수혈되는 대표적 직업군 가운데 하나다. 이 중MBC 기자·앵커 출신의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

최근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MBC 특파원 등을 거친 기자 출신이다.

11일 현재 박 의원의 포함에 국회에서 활동중인 MBC 출신 의원은 여야를 합쳐 8명이다. 2016년 총선에선 총 9명이 당선됐는데 최명길 전 국민의당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8명으로 줄었다. 민주당이 △박영선 △노웅래 △신경민 △박광온 △김성수 의원 등 5명으로 가장 많다. 자유한국당은 2명(심재철·한선교 의원), 민주평화당은 1명(정동영 의원) 이다.

정계 입문 시기는 제각기이지만 현재 국회에서 활동중인 MBC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MBC의 ‘전성기’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1986년을 전후해 입사했다. 가장 선배인 정동영 평화당 의원이 1978년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최명길 전 의원이 86년 입사로 기자 경력으로는 가장 막내다.

MBC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인 만큼 방송 리포트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전 국민에게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대부분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등을 거치며 스타 기자로 활약했다. 앵커로 활약하며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이후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주로 정당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대변인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덕분에 MBC는 ‘국회의원 사관학교’가 됐다.

박영선, 노웅래 의원 등은 현장 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신경민, 정동영 의원 등은 MBC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의 앵커로 활동했다. 박광온, 김성수 의원 등은 보도국 보도국장 등을 역임했다.

심재철 의원은 방송사 최초의 노조를 결성하고 초대 전임자를 지냈다. 한선교 의원은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프리랜서 활동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같이 친정이 같은 의원들은 하나의 ‘세력’으로 비친다. 독특한 세력의 형성이다. 당을 초월해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국회는 당으로 뭉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사안에 따라 ‘지역’이나 ‘성별’에 따라 손을 잡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 그것도 특정 언론사의 깃발 아래 모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인 게 2017년 있었던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이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 MBC 출신 의원 7명은 고대영 KBS 사장과 김장경 MBC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은 공영방송의 암흑기였다”고 비판했다.

당시 MBC는 2012년 진행했던 170일간의 파업 이후 후유증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파업을 주도했거나 참여했던 언론인들이 해고자 신분이었다. 19대 국회에서부터 요구해온 진상조사 등이 당시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MBC는 지배구조 개선 문제 등도 남아있었다.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MBC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는 등 민주당이 방송 개혁에 박차를 가한 것 역시 당내 MBC 출신 기자들의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다. 보수정권의 방송장악 등 ‘적폐청산’ 이슈 중 하나였지만 이 문제에 폭발력을 부여한 것은 친정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의원들 덕이라는 평가다. 노웅래 의원과 김성수 의원 등은 MBC 지배구조 개선과 공영방송 등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정이 같다고 해서 모두가 뜻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 정치 상황과 당의 의견에 따라 같은 사안을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2017년 기자회견 당시에도 한국당 소속의 MBC 출신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또 선수가 높아질수록 이같은 색채가 옅어지기도 한다. 한 국회 보좌관은 “일단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게 되면 언론인이라는 속성 자체가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원래 언론인 출신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달라지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MBC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도 “별도의 모임을 갖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비정기적으로 가끔 만나 식사를 갖는 정도의 일은 있지만, 정기적인 모임을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처럼)뜻을 모을 일이 있으면 모을 수는 있다”면서도 “MBC 출신이라는 이유로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jaygoo@, 박선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