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용 대마 오늘부터 합법…엄마들은 여전히 부글부글

#2017년 6월 경북 김천시 김아무개씨(여)는 택배를 받으러 집 밖으로 나갔다가 체포됐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4살짜리 아들 치료 목적으로 대마오일을 해외에서 직구 한 게 화근이었다. 택배 기사로 위장한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힌 것이다.

#그 해 7월에는 현직 의사 황주연씨가 대마오일을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됐다. 7살짜리 뇌전증 환아 치료를 위한 약이었다. 황씨는 아이 주치의로부터 대마오일이 효과가 있다는 소견서를 제출한 뒤에야 겨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합법적인 의료용 대마 구매가 12일부터 허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위한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구입 절차를 다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이날 개정·공포했다.

법 개정으로 희귀난치 질환자는 해외에서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대마 성분 의약품을 자가치료 목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약을 사려면 식약처에 △취급승인 신청서 △진단서(의약품명, 1회 투약량, 1일 투약횟수, 총 투약일수, 용법 등이 명시된 것) △진료기록 △국내 대체치료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의학적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취급승인을 받으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대마 성분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개정안에는 환자가 어느 곳에서나 처방받은 마약 성분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간 환자가 마약 성분 의약품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처방받은 의료기관과 같은 행정구역 내에 있는 약국을 방문해야 했다. 앞으로는 마약 성분 의약품 구입 시 이같은 지역제한이 사라진다.


그동안 대마는 학술연구 등 특수한 목적 이외에 사용이 전면 금지돼왔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대마오일을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전증, 정신병, 불안, 우울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한국은 대마 규제를 좀처럼 풀지 않았다. 2015년 처음 법 개정이 시도됐는데 대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담을 느낀 국회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개정법은 지난해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발의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규제가 완화됐지만 환자 가족들은 여전히 불만이 크다. 대마오일의 대표격인 칸나비디올(CBD) 오일이 수입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신 에피디올렉스를 허용해서다. 에피디올렉스는 칸나비디올을 재료로 만들었다. 차이라면 에피디올렉스는 의약품, 칸나비디올은 건강보조식품이다. 가격도 100㎖ 병당 칸나비디올은 16만~17만원인데 반해 에피디올렉스는 165만원이다.

강성석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대표는 "같은 성분을 놓고 의료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비싼 약을 구매하라고 한다"며 "이 약은 보험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생활비를 모두 약값에 들이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CBD오일에 환각·중독성이 없다고 해도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