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삼성전자 혁신 비밀 …日무명 회사에 있었다

EUV(극자외선) 블랭크 마스크 검사 장비. /사진=레이저텍 회사 홈페이지 캡쳐

소비자들은 휴대폰 신제품이 얇고, 더 기술이 좋은 걸 당연시한다. 그러나 기술 개발엔 한 무명 일본 회사의 뒷이야기가 숨어있다고 블룸버그가 소개했다.

12일 블룸버그는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휴대폰 부품 장비제조업체 레이저텍을 조명했다. 1960년 설립된 레이저텍은 9억3100만엔(약 94억3000만원)가량의 자본금을 지닌 회사로, 반도체 디자인의 스텐실(무늬판) 역할을 하는 사각형 유리판을 검사하는 장비를 만든다.


CD 케이스보다 조금 큰 유리판의 검사 장비를 만드는 회사는 이곳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유리판을 통해 빛을 비추면 DNA보다 좁은 폭을 지닌 회로가 실리콘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에 새겨진다.

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웨이퍼에 새겨지는 템플릿이 완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별 반도체에 작은 결함 하나라도 발생하면 반도체 묶음 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리토그래피(lithography)라 불린다.

기기가 소형화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은 더 작은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 고민이었다.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업계에선 EUV(극자외선·Extreme Ultraviolet) 리토그래피에 정착했다. 이는 플라스마를 광원으로 사용해 7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보다 작은 선을 그리는 기술이다. 아이폰XS와 아이폰XR에 탑재된 애플의 A12 바이오닉 칩에서 볼 수 있는 규모다.


2017년 레이저텍은 내부 결함 방지 등을 위해 EUV 블랭크 마스크(아무런 패턴이 없는 마스크·Blank Mask)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를 독점으로 만들었다. EUV 마스크는 최대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까지 팔리는 고가의 제품이다. 레이저텍의 장비는 마스크의 결함을 일찍 발견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카바야시 오사무 레이저텍 대표에 따르면 해당 장비의 수주 규모는 40억엔(약 400억원)에 이른다. 오카바야시 사장은 "이 장비를 6년 동안 개발해왔다"며 "삼성전자와 대만 TSMC(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등이 얼마나 빨리 생산을 늘리느냐에 따라 올해 여름에 추가 판매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EUV 기술을 활용한 7나노 공정을 통해 반도체 면적을 40% 줄일 수 있고, 성능이 20% 개선할 수 있으며, 전력 소비량 역시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전했다. TSMC가 제조한 애플의 7나노미터 프로세서는 머신러닝 응용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오카바야시 대표는 "과거에는 반도체 수요가 PC의 제품 주기에 완전히 좌우됐다"며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통신 등 수요를 견인하는 요소들이 추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50% 이상 올랐으며 이날(12일) 종가는 4330엔으로, 지난해 3월 기록한 최고가(4590엔)에 근접했다. 회사의 주식은 하루동안 5.22% 상승해, 같은 기간 기술 주(2.17%)나 반도체주(2.36%)의 상승률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