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무효"…카풀 논란, 카카오·중소업체 갈등으로 재점화

카풀(승차공유) 갈등이 카풀 업계 내부로 번졌다. 카카오를 제외한 카풀 업체들이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 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타협기구의 극적인 타협에도 카풀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여전하다.

◇카풀3사 "대타협기구 합의 '무효화'해야"=풀러스, 위모빌리티, 위츠모빌리티 등 카풀 업체 3사는 "기득권만의 대타협기구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공정한 사업 기회를 위해 재논의하라"는 공동성명서를 14일 발표했다.


대타협기구는 지난 7일 △제한적 카풀 허용 △플랫폼 택시 도입 △초고령 개인택시 감차 추진 △택시기사 월급제 시행 등 합의를 발표했다. 카풀 운행시간은 오전 7~9시, 오후 6~8시 등 4시간으로 제한하고 주말, 공휴일 운행도 못한다. 이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카풀 3사는 이번 합의가 카풀 업체들 공동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 초 정부·여당 주도로 발족한 대타협기구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주요 택시단체 4곳,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했다. 택시업계에서는 개인·법인 기사, 업체 대표 단체들이 모두 참여한 반면 카풀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만 논의에 참여했다.

카풀 3사는 "카카오는 사업 규모와 수익화에 있어 카풀 서비스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대타협기구가 말하는 카풀 업계의 합의 대리자로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카풀 3사는 합의 무효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대국민 서명운동 등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택시업계에서도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합의 직후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이번 합의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는 "향후 영리 목적 불법 자가용 영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합의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대안과 검토 없이 이뤄진 졸속 합의에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왼쪽 3번째)이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전체회의를 마친뒤 합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최대 쟁점 '시간 제한' 두고 입장차=카풀 3사가 반발한 가장 큰 이유는 운행시간 제한이다. 카풀 근거 조항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서만 유상 운송(카풀)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규정한다. 운행시간의 경우 별도 제한이 없다. 하지만 합의 내용을 법제화할 경우 카풀 업체들의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카풀 사업모델 시도도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함께 추진하는 플랫폼 택시 도입은 불공정 논란에 직면했다. 카풀 3사는 이번 합의로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 택시 독점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정상적 카풀 사업을 위해선 운행시간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택시업계는 유상 카풀 금지를 법에 명시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타협기구가 전면적인 카풀 허용과 금지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운행시간 제한이라는 타협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연 카풀만으로 이동수단 혁신이 가능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택시업계와 상생 없인 정상적 사업이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해 대타협기구 합의 내용을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