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엄살? '車캐시백' 출혈경쟁 우려

KB국민카드가 신용카드로 자동차 구매시 고객에게 제공하는 캐시백 규모를 일부 구간에서 인상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만에 원상복귀했지만 카드업계의 출혈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소비자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카드업계의 주장이 궁색한 변명에 그칠 수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이달 2주 동안 자동차 구매 고객에게 주는 카드결제 캐시백을 1.2%에서 1.5%로 0.3%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창립기념 행사로 기획했다가 수익성 우려가 커져 2주만에 원상복귀했다"고 밝혔다. 원상복귀했지만 캐시백 인상은 지난해말 1.5%에서 1.2%로 낮춘 후 3개월만에 시도다. 신한·삼성·현대카드는 국민카드보다 낮은 1.0%의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금융시장은 의약품 결제, 지방세 납부 시장 등과 함께 카드업계 내 대표적인 출혈경쟁 시장으로 꼽힌다. 카드사들은 신차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캐시백 혜택과 함께 자동차 영업사원(딜러) 및 판매 중개업자에게도 결제 수수료를 제공한다. 영업사원 및 판매 중개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약 0.7~1.0% 수준으로 고객 캐시백이 1.0%를 넘어가면 가맹점 수수료율을 웃돌아 적자가 발생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자 자동차 캐시백을 낮췄다. 더 이상 비용 출혈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삼성카드가 1.2%에서 1.0%로 가장 먼저 캐시백을 줄였고, 이어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도 1.2%인 캐시백을 1.0%로 낮췄다.

올해 현대자동차와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협상이 사실상 패배로 끝나면서 자동차시장의 적자 구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당초 0.10~0.14%포인트 수준의 수수료 인상을 원했지만 현대차의 계약해지 압박에 이보다 낮은 0.04~0.09%포인트를 올리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을 검토하는 한편 출혈경쟁 분야의 일회성 마케팅비용 축소도 유도하고 있다. 제대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선 부가서비스 뿐만 아니라 일회성 마케팅도 축소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이벤트성 무이자할부를 없애는 등 일회성 마케팅 비용을 줄여왔다. 이에 따라 카드 사용에 따라 소비자혜택도 축소됐다.

국민카드가 캐시백 혜택 확대를 시도하면서 신한·삼성·현대카드도 캐시백 혜택을 확대할 지 주목된다. 대형카드사까지 나서면 출혈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대형카드사까지 경쟁에 합류하면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카드사의 변명이 힘을 잃을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아직까지 캐시백 인상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과도한 이익 제공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중이다. 은행법에는 ‘이용자에게 비정상적인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규정이 명시돼 있다. 반면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은 ‘카드사의 경영상태를 부실하게 할 수 있는 모집 행위나 서비스 제공 등으로 건전한 영업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다. 금융감독원이 행정지도를 통해 과도한 혜택 제공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이익 제공의 기준을 잡아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출혈경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은행법처럼 구체적인 문구를 여전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