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사태' 수렁 빠진 엔터株 지각변동, 저가매수 기회되나

전 빅뱅 멤버 승리가 지난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각각 '불법 촬영물'(몰카) 유포 혐의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승리 사태'가 엔터테인먼트 종목을 연일 뒤흔들고 있다. 엔터 3사(SM·JYP·YG)의 시가총액은 한 달도 안 돼 5000억원 가량 증발했고 시가총액 1위를 지키던 SM은 JYP에 자리를 내줬다. 주가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0분 기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43,850원 ▲150 +0.34%)(이하 YG)는 전일 대비 2.24% 오른 3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스엠 (78,100원 ▲2,000 +2.63%)(이하 SM)과 JYP Ent. (65,100원 ▲600 +0.93%)도 전일대비 각각 4.09%, 1.6% 상승한 3만9450원, 2만8600원에 거래 중이다. 아이돌그룹 '빅뱅' 전 맴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이후 엔터 3사의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으나 이날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전히 올해 고점 대비로는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YG와 SM은 지난 1월7일 각각 5만800원, 5만5000원으로 올해 고점을 기록했지만 현재 주가는 이때보다 약 28% 떨어졌다.

승리 사태의 여파가 컸다.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들 상대로 성접대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26일 이후 YG와 SM의 주가는 급격히 하락했고 시가총액(이하 시총) 규모도 크게 줄었다. 시총 1조원 이상으로 엔터 3사 중 가장 컸던 SM은 지난 15일 시총 8737억원으로 줄어들며 JYP(9963억원)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YG의 시총도 올초 8000억~9000억원대에서 지난 15일 6492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엔터 3사의 시총은 5090억원 증발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매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YG의 주가는 4.42% 떨어졌지만 개인은 이날 5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고 이후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승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고 은퇴를 선언한 지난 11일에도 YG의 주가는 14.1% 하락했으나 이날 개인은 338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기관이 701억원, 외국인이 50억원을 순매도 하는 동안 개인은 751억원을 순매수 했다.

SM도 비슷한 상황이다. 승리 사태와 관련한 악성 루머가 연예계에 퍼지는 가운데 SM은 지난해 4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 11일 주가가 급락(-10.5%)했다. 하지만 이날도 개인은 276억원 가량을 순매수 했다.

악재성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기업 펀터멘털(체질)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과거 연예계에 악재가 터질때마다 엔터테인먼트 종목이 하락했지만 이후 기업의 실적 따라 주가를 회복했던 사례들도 개인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현재 연예기획사들의 밸류에이션(기업 실적대비 주가)은 저평가 상태로 보고 있다. YG의 경우 승리가 은퇴하긴 했지만 빅뱅의 핵심 멤버인 태양과 지드래곤이 굳건하고, 블랙핑크나 트레저13 등 신인 그룹의 활약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빅뱅 멤버의 개별 이슈로 주가는 급락했지만 펀더멘털은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블랙핑크의 3월 컴백과 트레져13의 데뷔, 빅뱅 멤버의 순차적인 제대 등을 감안할 때 투자에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SM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52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25% 하회했지만 전체적인 실적은 영업이익 47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6% 성장했다. 소속 연예인의 글로벌 활동 증가와 계열사들의 사업확장 덕분이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레드벨벳, NCT 등 소속 연예인의 활동영역을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판 NCT인 WayV는 한중관계 개선시 중국 실적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 승리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엔터 업종이 저평가 상태인 것은 많지만 승리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