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가맹점에 재경고한 금융당국…"위법행위 처벌 수위 높이겠다"

금융당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대형가맹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 차례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경고했음에도 카드 계약해지 등 대형가맹점의 압박이 이어지자 처벌 실효성을 현실화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19일 윤창호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국장은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산정 관련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법개정을 통해 (대형가맹점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추후 카드수수료 적용 실태 점검 등을 통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이에 따라 형사고발 등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2월 대형가맹점의 위법행위에 대해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상 처벌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규정된 처벌 수위가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여전법 18조3항에는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시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 보상금 등 부당한 대가를 요구할 경우 징역 5년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하게 돼 있다.

실제로 이후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에 나선 현대자동차는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맹점 계약을 끊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안그래도 협상력이 열위인 카드사들은 현대차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고 당초 인상률에서 0.1% 가까이 하향 조정된 1.89% 수수료율에 합의했다.

대형가맹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 그만큼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압박 행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국장은 "형사고발을 통해 위반 사항에 대해 조치할 것"이라며 "건별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자동차를 비롯해 통신, 유통 등 일부 대형가맹점 업종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에 대해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인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라 마케팅혜택을 많이 받는 만큼 가맹점이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산정방식을 개선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가맹점들은 그간 마케팅비용에 비해 낮은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 받아왔다. 지난해 기준 주요 대형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자동차업계 약 1.84%, 통신사 약 1.80%, 대형마트 약 1.94%, 백화점 약 2.01%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통신업종에서 발생한 카드사들의 마케팅비용은 총 3609억원으로 수수료수입 3531억원을 웃돌았다. 자금조달비용, 대손비용, 일반관리비용 등 다른 비용 항목까지 포함하면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금융위는 마케팅혜택에 대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만큼 모든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인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차등은 있지만 전체 대형가맹점의 10~30% 수준만 수수료율이 올라간다"며 "나머지 대형가맹점들은 수수료율이 동결되거나 오히려 인하됐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금융감독원을 통해 카드 수수료율 적용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윤 국장은 "카드사와 가맹점간 수수료율 협상에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협상 진행 과정을 보면서 향후 구체적인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수료율이 개별사가 내부적으로 산정하는 비용산정 기준에 벗어났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위법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