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산되는 테러 공포… "국경이 없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15일(현지시간) 안전한 나라로 손꼽히는 뉴질랜드에서 대형 총기 테러가 발생해 50명이 숨졌다. 이어 불과 사흘 만인 18일 또다시 네덜란드 시내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전세계가 또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뉴질랜드 총기 테러범인 호주인 브렌턴 태런트(28)는 15일 자신을 백인우월주의자라 칭하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내 이슬람 사원에서 잇따라 총기를 발사, 5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IS 대변인은 18일 44분 길이의 음성 녹음파일에서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난 대학살 장면은 사람들을 깨웠고,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뉴질랜드 테러 발생 사흘 뒤인 18일 오전 10시45분쯤 네덜란드의 중부 도시 위트레흐트 중심부의 한 트램에서 총격 사건이 재차 발생했다. 네덜란드 경찰은 범행 직후 승용차를 타고 도주한 용의자 터키 출신의 괴크엔 타느시(37)를 공개 수사했고 7시간 만에 체포했다. 이번 사건으로 3명이 사망했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아직 범행 동기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총기 테러가 연달아 발생하고 갈수록 테러가 보복 범죄 양상을 보이면서 전 세계에서는 "테러 경계가 느슨해졌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흘 만에 총격 테러 재발생, 이유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를 난사한 브렌턴 태런트./사진=SNS 영상 캡처

뉴질랜드 총기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는 범행 직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선언문에서 "공격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 언론의 주목도, 그리고 미국과 세계 정치 상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총기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외신들은 "뉴질랜드의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연간 10건 이하지만 총기 사건은 많다. 뉴질랜드의 총기 규제가 호주보다 엄격하지 않아 뉴질랜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뉴질랜드와 달리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총기를 규제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에서 총기를 소지하려면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2017년 접수된 4만3509건의 면허신청 중 99.6%가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아 유명무실한 절차로 해석된다. 뉴질랜드 총기 테러범도 정부로부터 총기 소지를 허가받아 인터넷에서 쉽게 총기와 탄약을 구입했다. 범행 당시 그가 소지하고 있던 반자동 소총 2정과 산탄총 2정도 모두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무기조사기관에 따르면 2017년 뉴질랜드에 합법적 등록된 총기 수는 120만개에 달한다. 뉴질랜드 인구가 46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3.8명 중 1명이 총기를 소지한 셈이다. 지금까지 뉴질랜드는 일단 총기 소지를 허가받으면 한 사람 당 얼마나 많은 무기가 소지 가능한지는 제한하지 않았다.


이번 총기 테러 사건이 일어난 지 72시간 만에 뉴질랜드 내각은 총기규제법 강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25일 전에 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무기별로 면허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WP는 "뉴질랜드 총기규제법이 개정되면 이번 사건에 사용된 반자동 소총의 판매는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NS로 생중계되는 테러현장, 모방범죄 우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16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49명이 숨진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질랜드 테러리스트인 브렌턴 태런트는 헬멧에 장착한 카메라로 테러 행위를 촬영해 SNS에서 생중계했다. 자극적 이미지나 표현을 순화시켜 전달하는 기성매체를 넘어 개인 SNS로 영상과 메시지를 퍼뜨려 공포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에 외신들은 "테러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테러 국경은 이미 무너졌다"며 "모방범죄의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용의자가 테러 행위를 생중계했던 매체인 페이스북은 "사건 발생 직후 24시간 내에 관련 영상을 150만개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 영상이 확산되면서 테러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인명 피해 테러가 발생한 직후 연달아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아 충분히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74쪽에 달하는 그의 선언문은 논란과 분란을 끌기에 제격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은 "이 선언문은 테러의 모든 면이 온라인에서 최대의 이목을 끌도록 고안됐다"며 "여기에는 부분적으로 언론을 미끼로 꾀는 것도 포함된다"고 꼬집었다.


◇유튜브, 뉴질랜드 테러 영상 차단

지난 17일부터 유튜브 필터 검색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다. 미국 유튜브 본사는 "뉴질랜드 테러 영상을 더이상 시청할 수 없게끔 필터 검색 기능을 차단했다"고 전했다.

유튜브 측에서 녹화영상물을 모두 삭제한 후에도 간단한 검색만 거치면 테러 영상을 찾아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유튜브는 필터 검색을 차단해 이용자들이 유해한 영상을 올리거나 시청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유튜브 측은 "폭력적이고 잔인한 영상을 모두 검사하고 삭제할 때까지 검색·정렬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업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현재 유튜브에서 일반 검색은 가능하지만 '최신순 보기' 정렬 등 세부 검색은 불가능하다. 구글 사용자들이 뉴질랜드 테러 관련 키워드를 검색한 후 정렬 기능으로 영상을 찾아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플랫폼 운영 기업들은 "뉴질랜드 테러 현장 영상을 삭제하는 데 경계하고 노력할 것"이라며 폭력적 영상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