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송 각하 땐 소송 응했어도 소멸시효 중단안돼"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서울 서초 대법원.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앞선 소송이 권리 주장에 관한 판단 없이 '각하'됐다면 원고가 청구한 소송에 피고로 응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했다고 해도 채권 등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을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정부의 정보화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사업을 수행한 A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법 해석상 '재판상 청구'는 그 소송이 취하된 경우엔 6개월 안에 다시 하지 않는 한 시효중단 효력이 없고 다만 '재판 외 최고'의 효력만을 갖게 된다"며 "이러한 법리는 그 소송이 각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민법 174조가 시효중단 사유로 규정하는 '최고'는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 등 후속절차를 밟지 않으면 시효중단 효력이 없다.


A사는 2008년 4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생산설비정보화지원사업 협약을 맺고 정부 지원금 4564만여원을 받았으나, 사업에 실패해 2010년 8월 협약이 해지됐다.

진흥원이 A사에 귀책사유가 있다며 지원금 반환을 통보하자, A사는 지원금 반환이 요구된 2010년 8월로부터 소멸시효기간 5년이 지나 채무가 소멸했음을 확인해달라고 2017년 8월 국가상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선 이 소송 전 A사가 진흥원을 상대로 낸 2차례의 선행소송에서 진흥원이 피고로 소송에 응한 행위로 인해 지원금 반환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됐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피고가 지원금 반환채권 소멸시효 경과 전 A사가 제기한 제1소송에 응소해 권리를 주장하고, 제1소송 각하 뒤 6개월 안에 제기된 제2소송에 응소해 권리를 주장한 건 모두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라며 진흥원이 첫 번째 소송에 응한 2014년 1월 소멸시효가 중단됐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차례의 선행소송이 모두 각하돼 시효중단 효력이 인정되지 않고, 이에 따라 해당 지원금 반환채권은 2015년 8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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