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굴기 우려…삼성전자 경영진 "초격차 유지"

20일 오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주주총회의 최대 화두는 '중국 굴기'였다. 삼성 경영진은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반도체·스마트폰시장 추격 등으로 고조된 올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으로 기술 초격차를 꼽았다. 앞선 기술력을 무기로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는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제50기 정기 주총을 열고 부문별 경영현황을 설명했다. 반도체·부품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해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 부문장(사장)이 직접 나선 현장에선 주주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쓴소리, 격려가 오갔다.


◇ 유례없는 경영위기 삼성의 전략은 = 사업부문에 대한 질의는 반도체 사업 우려에 집중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반도체 경기가 둔화되면서 올해 삼성전자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부회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반도체 수요를 견인했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와 데이터센터 업체의 투자 축소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고백했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5G(5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차량용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위기 속에 기회가 존재한다"며 "선단공정 기반의 차별화된 제품과 품질 우위를 유지해 시장 리더십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중국의 추격에 대해서도 "반도체 산업은 자본 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술격차의 장벽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높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 고객서비스 강화로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사장에게도 중국업체의 중저가 가전시장 잠식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 사장은 "75인치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65~70%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며 "중저가 시장도 중국업체를 방관하지 않고 차별화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해 0%대로 떨어진 중국시장 실적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고 사장은 "조심스럽지만 S10에 대한 시장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플래그십인 S시리즈뿐 아니라 중저가의 A시리즈까지 두가지 모델이 올해 중국시자에서 많은 변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작업환경 안전 강화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 공정 안전성을 묻는 한 소액주주의 지적에 대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부분을 개선해왔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는지 겸허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경영진 회의 때마다 환경안전 십계명으로 '모범답안 불안끊자'(모든 사고는 예방할 수 있고 자기집보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자)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설명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총회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1

◇ 사상 최대 주주 몰려…사외이사 선임건 무난히 의결 = 주총에선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등 일부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잡음이 일었던 박재완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이 승인됐다. 임기가 만료된 송광수·이인호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추천된 김한조·안규리 사외이사 선임 안건 역시 통과됐다.

주총에 1000여명의 주주가 몰리면서 오전 9시 주총이 시작된 뒤에도 500여명의 주주가 입장하지 못하는 등 혼잡이 빚어진 데 대해 일부 주주가 격렬하게 항의하는 상황도 있었다. 주총이 시작되고도 입장 완료까지 1시간 반가량이 걸렸다.

지난해 주식 1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로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서 소액주주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주는 2017년 말 15만8000여명에서 지난해 말 78만8000여명으로 5배 늘었다.

삼성전자는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의 주총장에 좌석을 추가 배치하고 별도로 A·B·C·D 4개 구역을 마련해 쌍방향 중계를 제공하는 등 예년보다 2배 이상 많은 800여석의 좌석을 준비했지만 자리가 부족해 상당수 주주들이 선 채로 주총을 지켜봤다.

한 소액주주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주식 액면분할로 추총 참석 주주가 많을 것이라는 게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주들을 건물 밖에서 1시간씩 서 있게밖에 못 하냐"고 항의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주총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엔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해 주주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