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직방·캐시노트 연쇄 이탈…토스뱅크 '플랜B'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2대 주주 신한금융그룹이 이탈했다. 여기에 3대 주주 역할이 기대됐던 현대해상, 또 다른 주주 후보였던 직방, 한국신용데이터도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뱅크는 카페24, 무신사 등의 주주 후보와 더불어 새로운 주주를 영입해 닷새 앞으로 다가온 예비인가 신청에 나설 계획이지만, 자본력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선 새로운 '거물' 주주를 영입해야 하는 과제와 직면하게 됐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21일 전략 방향과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이견으로 신한금융이 최종 불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지난달 11일 MOU(양해각서) 체결 후 양사가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과 사업 모델,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해서 협의해 왔으나 양측의 입장이 상당 부분 차이가 있어 논의 끝에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특화뱅크 vs 에브리데이 뱅크…사업모델 이견에 결별=우선 토스는 스타트업 업권의 문화·비즈니스 모델이 반영된 '챌린저 뱅크'를 내세웠다. 챌린저 뱅크란 기존 은행의 백화점식 사업모델과 달리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소규모 특화은행을 말한다.


예컨대 중소기업금융(지급결제 계좌·사업자금대출 등)과 소매금융(저축예금·신용카드·모기지 등) 등 한 분야를 정해 동력을 집중하는 모델이다. 영국의 아톰뱅크(Atom Bank)가 대표적이다.

특히 토스(toss)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중·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구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가 중소 패션업체 최대 판매 플랫폼인 무신사, 호스팅 사업을 시작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로 거듭난 카페24를 주주로 영입한 것도 플랫폼 이용자인 중소상공인들을 대거 은행의 금융 서비스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한금융은 '에브리데이 뱅크'를 모토로 각종 생활 플랫폼 분야의 대표 사업자들이 참여해, 모든 생활·문화 서비스가 은행 앱 하나로 구현되는 오픈 뱅킹을 지향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e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등을 영입하려 한 이유다. 조용병 회장이 직접 '주주로 유통 분야 기업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신한 이어 현대해상·직방·캐시노트 연쇄 이탈=애초부터 1·2대 주주의 사업모델 구상이 판이했던 탓에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일단 신한금융의 이탈이라는 악재를 맞이하게 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신한과 컨소시엄을 유지할 수 없겠다는 토스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으며, 토스 관계자도 "큰 틀에서 양사의 시각차이가 생각보다 커 지속적인 협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신한금융 외 참여를 검토하던 다른 주주 후보들과 논의해 오는 26~27일 예비인가 신청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이탈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주주 후보들 간 모임이 진행된 가운데 현대해상이 이탈을 결정했다. 애초 신한금융의 '에브리데이 뱅크' 모델을 기반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한 데다, 만일 컨소시엄 내 유일 금융주력자로 남을 경우 앞으로 자본확충 과정의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직방도 일찌감치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내부 의견을 정리했으며, 중소상공인 간편 매출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 역시 인터넷은행 사업에 관심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주주 후보들이 다수 이탈했지만, 최소 자본금 기준이 250억원에 불과해 일단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예비인가 신청은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융위의 심사 과정에서 자본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추가 주주 영입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금융그룹 '인터넷銀 포기'…토스뱅크 플랜B는=케이뱅크·카카오뱅크 모두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을 주요 주주로 영입했기 때문에 기존 은행들이 우선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주요 금융그룹들의 관심은 다소 시들한 표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키움증권·SK텔레콤과 또 다른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고, NH농협금융그룹도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에 참여하고 있는 데다 '차별화된 모델'을 구현할 파트너를 찾지 못해 인터넷은행에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JB·DGB·BNK 등 지방 금융그룹들이 후보로 꼽히지만, 인가 신청까지는 시일이 촉박하다는 평가다.

다만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중소 주주들을 중심으로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뒤 다소 시일을 두고 대형 주주를 추가 영입하는 방식이 유력한 '플랜B'로 거론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구상하는 사업모델이 전통은행과 같은 자산성장을 통한 예대마진 확대 방식과는 달라 수조원대의 자본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모델의 '혁신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큰 우군인 신한이 이탈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금융의 불참은) 다소 의외"라며 "(토스뱅크의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보고 혁신성·안정성·수익성 전망 등 여러 심사항목에 따라 따져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