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내 나이 64세..어딜 도망 가겠나"

머니투데이

이호길 인턴기자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게 포착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JTBC 캡처

심야 출국을 시도했다가 제지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이 해외로 도피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A4 용지 5장 분량인 <긴급출국금지에 대한 입장>을 중앙일보에 보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입장문을 통해 "정말로 면목이 없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로 도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64세 나이에 어디로 도피한다는 말이냐. 죽어도 조국에서 죽어 조국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항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도피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 출국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며 "비행기도 왕복 티켓"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짐이 간단한 옷가지 몇 벌 뿐이어서 장기간 도피라는 오해는 풀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출국금지를 당해 출국이 무산된 바 있다. 출입국 당국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그는 22일 밤 인천공항의 카운터에서 태국 방콕행 티켓을 샀다. 항공권을 사전에 예매하지 않고 현장에서 발권한 것이다.

그러나 탑승객 명단에 김 전 차관이 있는 것을 확인한 출입국관리 공무원이 이를 법무부에 보고했고, 대검 조사단의 긴급출금 요청을 통해 출국이 제지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조치가 먼저 이루어진 후 출금을 사후 승인했다.

23일 오전 5시쯤 공항을 빠져나간 김 전 차관은 이날 얼굴을 꽁꽁 가리고 있었다. 취재진에게 포착된 그는 모자와 선글라스,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철저히 숨겼다. 김 전 차관과 생김새가 유사한 남성이 흰색 마스크를 쓰고 앞장서자 취재진은 그에게 질문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김 전 차관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피의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출금을 내린 것에 대한) 법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차관 측은 입장문을 통해 "긴급출금 신청권자는 수사기관인데 현재 김 전 차관과 관련해 수사를 하고 있는 기관은 전혀 없다"며 긴급출금은 위법한 조치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