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건 못 찾고 트럼프 족쇄만 풀어준 뮬러 특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왼쪽)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가운데),.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맨 오른쪽).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24일(현지시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집권 기간의 약 85% 동안 그를 옭매고 있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러시아와 공모했느냐 여부가 가려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가톤급 폭풍이 되는가 했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 내용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위에 걸려 있던 어둡고 불길한 먹구름을 가시게 했다. 탄핵까지 이어질 뻔했던 위험 상황은 일단 종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거운 짐을 벗고 2020 대선을 향해 한결 가벼운 발걸음을 할 수 있게 됐다. CNN은 "뮬러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선물(huge gift)을 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공모 결정적 증거 없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날 상·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서한 형태로 제출한 4페이지 분량의 특검 수사 보고서 요약본은 트럼프 선거 캠프가 러시아와 공모, 결탁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 했다.


"공모는 없었다"(No collusion)고 외쳐 온, 그리고 이날 보고서 공개 이후에도 외친 트럼프 대통령의 이 주장을 뒷받침해 주고 말았다.

지난 22개월 간의 수사 결과에 비춰봤을 때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선거캠프 관계자들과 러시아인들 사이의 접촉이 다수 드러났고 이들은 경쟁 대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오점을 얻으려고 러시아 측과 자주 접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과 사위가 트럼프 타워에서 변호사와 회동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기소도 없이 보고서 제출은 끝났다.

◇ "사법방해 죄 입증하지 못해…무죄란 건 아냐"

'엄청나게 많은 사실들'을 조사했지만 특검팀은 기소냐 해임이냐를 결정하는 전통적인 검찰적 판단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즉, 이번에 조사된 결과가 사법방해가 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어려운 이슈'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채 놔뒀다. 지난 2017년 5월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는 등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던 사안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

결과적으로 이 보고서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짓지도 않았고 무죄를 입증하는 것도 아닌 것이 됐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차관은 "특검 조사 과정에서 나온 증거만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죄를 저질렀다는 걸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원칙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증거 부족으로 기소하지 못 했다고 확인한 것.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특검은 어떤 공모도 발견하지 못했고 어떠한 사법방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법무부가 발표한 결과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총체적이고 완전한 면죄부"라고 말했다.

◇특검 보고서 전체 공개 가능할까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보고서의 세부 내용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공동 성명을 통해 "특검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 완전히 무죄라고 결론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몇 달 전 지명한 바 법무장관은 이 과정(특검 보고서 발표 및 공개 과정)에서 중립적인 관찰자가 아니며 앞서 의회에 전달된 특검 수사 보고서 요약본은 뮬러 특검의 조사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결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과 슈머 대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두고 완전한 면죄부라고 선언한 것은 뮬러 특검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신뢰를 갖고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새로운 기소를 하지 않았지만 보고서 내에서 얼마나 더 많은 정보가 추가 기소 등의 조치로 이어지는 기반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NBC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수사에서 나온 증거들(세부 내용들)을 공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정적 특권(executive privilege)을 사용하려할 수 있지만 대법원은 잘못을 숨기는 데에 이를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 장관을 조만간 의회에 불러 증언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의 법률 분석가인 마이클 젤딘은 의회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임을 밝혀주는(exonerate) 증거가 없었다라고 말한 건 매우 이상하다"면서 "검찰은 보통 면책(exoneration)이란 관점에서 얘기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더힐은 이는 뮬러 특검팀과 법무부 고위 인사들 간의 의견 불일치가 있었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뮬러 특검은 범죄 혐의 수준으로 올라가지 않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피해를 줄 정보를 밝혀냈을 수 있다는 위험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뮬러 특검 보고서에 대한 완전한 버전을 준비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전체를 공개할 지 말 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바 법무장관. 따라서 민주당의 요구와 이에 맞서는 바 장관의 줄다리기는 결국은 법원에서나 해결될 수 있는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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