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 포기한 삼성重, 울산 현대重 제쳤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매머드 조선'을 포기한 삼성중공업 (9,640원 ▲10 +0.10%)의 약진이 매섭다. 현대중공업 (129,400원 ▲4,100 +3.27%) 울산조선소를 제치고 전 세계 수주잔량(확보 일감) 2위 조선소로 올라섰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에 성공한 덕이다. 일각에서는 합병을 앞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34,450원 ▼300 -0.86%)해양이 주요국 기업결합심사 탓에 영업일선에서 주춤할 경우 삼성중공업의 약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총 490만3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규모의 수주잔량을 확보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51만5000CGT)를 제치고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 수주잔량 2위에 올랐다. 1위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584만6000CGT)다.

LNG선 수주가 거제조선소와 울산조선소 자리바꿈 배경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누적기준 LNG선 7척을 수주했는데 현대중공업은 1척 수주에 그쳤다. 대우조선(3척)도 삼성중공업 밑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3월 전 세계에서 LNG선을 가장 많이 수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NG선은 1척만 수주해도 CGT 기준 수주잔량 확대에 크게 기여한다"며 "CGT는 선박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이 반영된 환산 톤수인데 LNG선의 부가가치가 선박 중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3월 수주 상황은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대우조선 인수 불참을 선언하며 공언한 대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회사가 잘하는 LNG선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에 못지 않은 LNG선 기술력을 갖췄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LNG선에는 '세이버 에어'(선체와 해수의 마찰 감소로 연료소비 5% 절감)와 '인텔리만십'(선박 연료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기술이 적용된다.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연초 공격적 영업에 나서 수주를 쓸어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국 기업 결합심사를 앞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수주 영업에서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유럽과 중국, 일본 반독점 당국의 장벽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독일에서는 양사 합병에 부정적 발언까지 흘러나온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글로벌 LNG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양사 합병 시 글로벌 LNG선 수주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0%를 웃돈다. 올해는 공격적 수주에 나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결합심사가 양사 수주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면, 삼성중공업의 약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추후 60척에 이르는 카타르발 대규모 LNG선 발주에서 3사가 어떤 수주실적을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