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쿠데타 세력이 득표 1위…이례적 결과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방콕 =AP/뉴시스】태국 방콕에서 24일 유권자들이 총선에 참여하고 있다. 2019.03.24

5년 전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태국 총선에서 군부 세력이 다시 집권할 것이 확실시된다. 군부가 그동안 착실히 지지층을 넓혀 온 데다 개헌을 통해 선거 제도도 유리하게 바꿨기 때문이다.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현 총리도 무난히 임기 연장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태국 하원 선거 개표가 95% 이상 진행된 25일(현지시간) 낮 12시 15분 현재 군부 세력이 주축이 된 팔랑쁘라차랏(국민국가의 힘)당이 득표율 25.39%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경쟁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계 정당 푸어타이(태국공헌)는 23.75%로 2위에 머물렀다. 40세의 젊은 기업가 출신인 타나톤 중룽레앙낏이 지난해 3월 창당한 퓨처포워드당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18.78%를 얻었다.

팔랑쁘라차랏당의 선전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이달 초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푸어타이가 21.7%, 민주당이 15.5%로 19.0%에 그친 팔랑쁘라차랏을 크게 앞섰다. 다만 예상 의석수는 푸어타이가 전체 500석 가운데 142석을 확보해 123석에 그친 팔랑쁘라차랏보다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 득표수는 적지만 더 많은 선거구에서 승리가 예상돼서다.

【방콕 =AP/뉴시스】태국 방콕에서 24일 유권자들이 총선에 참여하고 있다. 2019.03.24

태국 언론의 예상이 맞는다면 2001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 온 탁신계는 이번 선거에도 제1당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만약 팔랑쁘라차랏이 126석 이상을 얻게 되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게 된다. 군부가 2016년 헌법 개정을 통해 이번 총선 후 5년간 상원 250석을 직접 선발할 권한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공식 결과는 태국 선관위가 검토를 거쳐 오는 5월 9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단독 과반 정당이 없다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물밑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와 상관없이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의 재집권은 사실상 확정됐다. 쿠데타 당시 태국군 사령관이었던 쁘라윳 총리는 저소득층의 지지를 받는 탁신계와 국왕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세력 간의 알력 다툼을 틈타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이자 총리였던 잉락 친나왓도 몰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