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홈앤쇼핑 중기중앙회측 임원 선임 '제동'

사진제공=뉴시스

중소벤처기업부가 박해철 전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의 홈앤쇼핑 사내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퇴직공직자 재취업제한 제도에 어긋난 데다 과거 홈앤쇼핑과의 주식거래로 중기부 감사를 받는 등 사내이사로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2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최근 홈앤쇼핑의 박 전 본부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 관련 인사혁신처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오는 29일 홈앤쇼핑 주주총회에서 산하기관이자 홈앤쇼핑 주요주주인 중소기업유통센터를 통해 절차적 문제도 제기할 예정이다.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는 지분 32.39%를 보유한 중기중앙회이며 농협경제지주(20%), 중기유통센터(15%), IBK기업은행(10%) 등이 주요주주로 있다.


중기부가 문제 삼는 부분은 박 전 본부장이 과거 홈앤쇼핑과 주식거래로 감사를 받은 점과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퇴직공직자 재취업 기준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중기부는 “박 전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인사혁신처의 취업승인신청서를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박 전 본부장은 2014년 인터비즈투어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중기중앙회 회원조합·임직원 등이 보유한 인터비즈투어 주식 17만8400주(30.86%)를 홈앤쇼핑에 발행가(5000원)보다 2배 높은 1만400원(총액18억5500만원)에 매각해 감사를 받았다.

당시 거래중개자는 박 전 본부장으로 그를 포함한 중기중앙회 회원조합·임직원은 100% 이상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중기부 관계자는 “홈앤쇼핑의 상품중계로 성장한 인터비즈투어 주식을 홈앤쇼핑이 스스로 높은 가격에 매수한 것은 석연찮은 부분으로 당시 부적절한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퇴직공직자 재취업제한 제도에도 어긋난다는 게 중기부의 판단이다. 중기중앙회는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돼 고위급으로 퇴직할 경우 3년간 외형거래액이 100억원 이상이며 업무 관련성이 높은 곳에는 재취업할 수 없다. 박 전 본부장은 2017년 6월까지 중기중앙회 임원급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 활성화추진단 단장을 역임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인사혁신처에서 박 전 단장의 홈앤쇼핑 사내이사 선임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에 저촉하는지 검토 중”이라며 “인사혁신처에 감사 지적 사실과 함께 취업제한제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의 검토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홈앤쇼핑의 박 전 본부장 사내이사 선임은 불투명해졌다. 이에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박 전 본부장의 자격 등에 대해서는 인사혁신처가 판단할 문제”라며 “일단 선임하고 인사혁신처 결과가 나오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주총에서 조건부로 결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기부가 홈앤쇼핑에 대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측의 영향력 행사를 저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본부장은 김 회장의 두 번째 임기인 2010년 중기중앙회 공제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해 2015년까지 대외협력본부, 정책개발1·2본부, 경영기획본부 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한편, 이번 홈앤쇼핑 주총안건에는 김 회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현 최종삼 대표 및 유영호 상근감사 해임 안건 등도 올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