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 '역삼동 오피스텔' 성폭행 입증 증거되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이른바 '김학의 사건'의 피해자가 건축업자 윤중천의 폭행·협박으로 사실상 포로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 진상조사단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원주 별장 외에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도 김 전 차관이 윤중천과 함께 성관계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진상조사단은 2013년과 2014년 두차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난 수사 결과를 뒤집을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확보된 성관계 추정 동영상을 대검찰청에 의뢰해 비교적 고화질로 복구한 뒤 분석 중이지만, 동영상만으로 특수강간 등 혐의점을 특정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사위원회도 25일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특수강간혐의는 제외했다. 진상조사단이 해당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를 하지 않았고,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2014년 피해여성 변호를 맡았던 박찬종 변호사가 서울 역삼동 윤씨의 오피스텔도 수사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진상조사단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박 변호사는 이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별장뿐만 아니라 역삼동 오피스텔에서도 강요에 의한 성관계가 이뤄지는 등 수사범위를 광범위하게 봐야 한다"면서 "폭행과 협박이 계속되는 공간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정신적으로 항거불능 상태에서 성노예가 된 거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지난 2014년 2차 수사 당시, △폭행·협박 정황을 발견하기 어렵고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고 한 자발적 행위로 보인다면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은 "동영상을 보면 강요나 강간이 없었다. 반항하고 억지로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없다"고 밝혔지만 동영상은 원주 별장에 대한 부분만 담겨 있다.


하지만 윤씨의 폭행과 협박이 계속된 공간(오피스텔)에 김 전 차관도 함께 있었다는게 사실로 드러나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강간은 흉기 같은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성폭행했을 때 적용된다.


박 변호사의 진술 가운데 "윤중천이 (피해자를) 권총으로 협박했다"는 부분과 김 전 차관이 윤씨와 함께 해당 오피스텔에 드나들었는지 등에 대한 증거를 진상조사단이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래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폐쇄회로(CCTV) 화면이나 관련 자료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윤씨에 대한 추가조사와 함께 오피스텔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말한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상황을 입증할 구체적인 정황 증거도 포착해야 한다.


앞서 피해자는 2013년 김 전 차관을 고소하면서 '2006년 10월 중순부터 2008년 이씨의 오피스텔에서 윤씨와 김 전 차관이 수십차례에 걸쳐 이씨를 강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