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주총 표대결, KCGI 참패…회사측 안건 모두 통과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제63기 한진 정기주주총회에서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한진 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KCGI의 반대에도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KCGI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꾸준히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을 했지만, 우호 지분 확보에 실패하며 표 대결에서 밀렸다.


KCGI는 오는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도 주주권리를 적극 행사할 예정이다. 한진칼은 한진, 대한항공 등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다. 한진과의 표 대결에서 참패한 KCGI가 한진칼 주총에서는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제63기 한진 정기주총에서는 회사 측이 제안한 6개 안건이 모두 결의됐다. 상정안건은 △63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2인(김문수·한종철) 선임 △감사위원 3인(한강현·김문수·한종철)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건이었다.

이날 주총에는 대리위임을 포함해 의결권 있는 주식의 73.8%가 참여했다.

앞서 지난 1월 행동주의 펀드 KCGI는 한진에 박지승 진성 회계법인 대표이사를 감사인으로 선임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제안을 했으나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KCGI는 자회사 엔케이앤코홀딩스를 통해 한진 지분 10.17%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8.03%를 보유한 상태다.


이날 KCGI는 6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하며 표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보유 지분 외에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해 안건은 80%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모두 통과됐다.

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에 대해 KCGI는 "자산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부풀려 감사위원회를 설치토록 한 것이 부당하다"며 반대했다. 배당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사외이사 선임(3호)과 감사인 선임(4호) 안건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추천한 인사로서 독립성이 결여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 역시 모두 통과했다. 감사인 선임의 경우 3%룰(감사인 선임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를 적용했음에도 찬성 81.46%로 무난히 통과됐다.

감사의 보수한도 승인 건에 대해서는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보수 한도를 안건에 제시된 것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오는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으로 쏠린다. 한진 주총은 한진칼 표대결에 앞선 사전대결 성격이 짙었다. KCGI는 자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12.80% 보유한 2대 주주다.

KCGI는 한진칼의 석태수 대표이사 선임과 회사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3인의 선임 등 안건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하지만 한진과 마찬가지로 10% 초반대 지분만으로는 의사 반영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KCGI측 대리인으로 한진 주총에 참석한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며 "한진칼 주총에서도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