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최태원 회장 이사선임…안도한 SK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통상 주주총회가 집중된 날을 '수퍼 주총데이'라고 한다. 27일은 주총이 많지 않았지만 다른 의미로 수퍼 주총데이였다. 대한항공과 SK, 한화 등 지주사, 지주사격 기업의 주총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SK는 국민연금이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의사를 사전에 밝힌 터라 주총 현장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에 대해 총수가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다며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조 회장이 실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조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연임 반대에 35.9%의 표가 몰린 가운데 재선임을 받지 못했다.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연임에 동의해야 하는데 조 회장의 연임에 찬성한 표는 64.1%에 그쳤다. 총수가 주주들에 의해 사내이사 지위를 잃은 국내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 회장의 SK(주) 사내이사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30.88%고 국민연금은 8.37%다. 최 회장이 연임하지 못할 가능성은 애초 높지 않았다. 하지만 SK그룹 관계자들은 주총에서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 최종 선임된 후에야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SK 관계자는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한진과 같은 일이 발생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주총 내내 긴장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진발 여파다. 스튜어드십코드(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기업의 주총 분위기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함께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된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도 의결됐다.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대표이사만 맡을 예정이다.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도 선임됐다.

장동현 SK(주) 사장은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전자투표제도, 기업지배구조헌장, 계열사 정기주주총회 분산개최, 주주소통위원제도 등을 도입했다"며 "창사 이래 최초로 중간배당을 실시해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