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마르는 르노삼성 협력사.."공장 문 닫을 생각도"

#르노삼성자동차에 차체 프레스 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부산공장을 정리를 검토 중이다. 부산공장의 경우 르노삼성의 비중 100%인데, 최근 르노삼성 파업 등으로 납품 물량이 줄면서 매출이 30%나 감소했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공장을 닫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온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부산 지역 협력사들의 피가 마르고 있다. 매출 감소는 물론 잔업 미실시 등으로 급여가 줄자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나오고 있다. 취업 시장에서 르노삼성 협력사 기피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에 위치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부의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4월 1일 협상도 결렬..르노 본사, 올 사업계획 이미 끝나=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일 열린 24차 임금 및 단체협약 본교섭에서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임금인상 등 일부 부분에선 합의했지만 작업 전환배치와 신규인력 채용 등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노조는 작업 전환배치, 인원투입 등을 ‘합의’ 사항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회사가 사전 공지(협의) 만으로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 노조는 ‘합의 사항’ 변경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4월 한달간 집중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하지만 회사는 해당 부분은 인사 경영권 문제로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협의로 돼있는 인사 경영권을 노조 합의로 전환 요구하는 것은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향후 수출 물량 확보 경쟁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추가 물량 배정은 어려워졌다.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의 올 사업계획이 지난달 완성됐지만 신규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신차인 ‘XM3’로 9월 종료되는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대체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파업 등으로 공장이 210시간 멈췄고, 누적 손실금액도 약 2100억원에 달한다.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3월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부산 강서구 신호공단에 위치한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부의 모습. /사진=김남이 기자

◇피말리는 협력사.."매일 파업 여부 확인 중"= 르노삼성만 바라보는 협력사의 피해는 더 크다. 파업 등으로 납품 물량이 15~40% 줄면서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A사처럼 공장 폐쇄를 검토하는 협력사까지 나오고 있다.

또 물량 감소로 잔업 등이 사라지면서 협력사 근로자들의 임금도 크게 줄었다. 회사를 떠나는 근로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르노삼성에 서스펜션을 납품하는 B사는 납품 물량이 15%가 줄었고, 직원들의 급여는 20% 이상 감소했다. B사 관계자는 “실제 퇴사하는 직원도 발생했다”며 “최근엔 르노삼성 협력사에는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협력사 등의 가장 큰 고통은 파업을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은 ‘싱크로시스템’을 통해 재고 없이 2시간 내 실시간 생산계획에 따라 부품을 납품 받는다. 르노삼성 공장이 멈추면 협력사도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데 이를 예측할 수 없다.

협력사 관계자는 “매일 당일 생산계획과 파업 계획을 확인해야 하는 피 말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려해도 구체적인 휴무계획을 세울 수 없어 신청자체를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부산 매출 1위 기업이고, 수출도 20%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노사가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하루 빨리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