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재무개선 가속도…5443억 자사주 소각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이랜드 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4일 보통주 5597주(지분율 7.32%)와 우선주 93만 2315주(16.48%) 등 총 5442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했다고 밝혔다. 주당단가는 58만 252원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인 박성수 회장 지분율이 33.92%에서 40.67%로, 박회장의 부인인 곽숙재씨 지분율은 6.72%에서 8.06% 늘어났다.

이번 주식소각은 이랜드월드가 지난해 초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투자받은 5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투자조건 관련 이견으로 다시 사들인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와 홈퍼니처브랜드 모던하우스 등 그룹 캐시카우를 잇달아 매각했음에도 스파오와 이랜드리테일 등의 사업호조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지난해 말 이랜드그룹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4300억원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주력사업인 패션뿐 아니라 백화점과 호텔, 리조트 등 전방위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렸다. 뉴코아와 해태유통, 데코, 네티션닷컴, 한국콘도, 동아백화점, 우방랜드 등이 인수한 회사다.

그러나 공격적 인수로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이랜드월드 부채비율이 2013년 400%에 육박했고 2016년 300%를 웃돌았다. 2017년 티니위니 매각과 모던하우스 매각으로 한숨을 돌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앵커와 메리츠금융그룹의 투자액 5000억원을 포함해 1조원을 갚아 부채비율을 172%까지 낮췄다.

올들어서는 패션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와 이앤씨(EnC)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150%이하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랜드그룹은 3300억원가량의 매각가를 희망하고 있는데 현재 일부 원매자와 협의가 막바지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자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상장보류다. 이랜드리테일은 당초 올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했던 상장을 보류 함에 따라 기존 프리IPO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4840억원에 전량 자사주로 매입한 뒤 소각한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재무적 부담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와 관련, "이랜드리테일이 자사주 매입에 부담할 금액이 적지 않지만 재무안정성이 크게 훼손되지않고 4368억원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