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례동’인데…도로 하나 두고 집값 수억원 차이 왜?

위례신도시 중심에 있는 중앙상가 단지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2기 신도시 후발 주자로 2015년부터 본격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는 4년 여만에 인구 10만명을 넘어서 서울 강남권 대체 주거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주택시장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서울 프리미엄’을 입증한 지역이다.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신축 아파트인데 도로 하나를 두고 가격이 수억원씩 차이난다. 상가, 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을 공유하는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지만, 위례신도시가 서울시, 성남시, 하남시에 걸쳐있어 가격대가 다르다.

◇ 같은 생활권인데 가격은 수억원 차이 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위례중앙푸르지오1단지’ 전용 84㎡(13층)는 지난해 9월 12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이 단지 바로 아래에 있는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 전용 84㎡(14층)는 지난해 10월 10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위례롯데캐슬’ 전용84㎡(15층)는 지난해 9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가장 비싼 위례중앙푸르지오는 서울 송파구,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는 성남시, 위례롯데캐슬은 하남시가 주소지다. 2015년부터 행정동은 ‘위례동’으로 통칭하나 관할 지자체는 서울시 송파구 위례동, 성남시 수정구 위례동, 하남시 위례동 3곳으로 나뉘었다.

이는 위례신도시 개발 당시 논의된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지차제간 이견으로 무산된 까닭이다. 인구가 집중되는 신도시가 어느 행정구역 속하느냐는 관할 지자체의 지방세 세수(稅收·세금수입) 문제와 직결된다. 결국 이견 조정에 실패한 3개 지자체는 위례동이란 명칭을 쓰되 기존 시‧도 경계선은 유지키로 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 몫이다. 실제로 송파구 소재 단지 편의점에서 산 쓰레기봉투는 길 건너 편 성남시, 하남시 단지에서 쓸 수 없다. 도로 하나를 두고 행정구역이 달라 단지 앞에 학교를 두고도 먼 거리로 돌아가야 하는 사례도 많다. 심지어 같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끼리도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으로 편가르기를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올해 초 위례신도시 3개 관할구역의 민원을 통합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고,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 ‘위례구’ 신설을 촉구하나 현실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위례신도시 전경. 도로 하나를 놓고 행정구역이 갈린다. 이에 따른 시세 차이는 2~3억원에 달한다. 사진 왼쪽은 성남시 수정구 위례동, 오른쪽은 서울 송파구 위례동. ] /사진=유엄식 기자

◇ 입주 후 시세 급등…9·13 대책 후 하락세= 위례신도시는 공공택지 개발로 최초 분양가가 낮았다. 위례중앙푸르지오는 3.3㎡당 1850만원,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는 3.3㎡당 1500만원, 위례롯데캐슬은 3.3㎡당 1400만원 안팎이었다.

전용 84㎡ 분양가가 4억4000만~7억원 수준이었는데 최근 가격대는 이보다 2배 정도 뛰었다.

입주 후 고공행진하던 위례신도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9·13 대책을 기점으로 하락세다. 대부분의 단지가 지난해 9~10월 고점을 찍은 뒤 현재 1~2억원 내린 가격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4월 11억원에 거래된 위례호반베르디움 전용 98㎡는 올해 3월 9억4500만원으로 매매가격이 2억원 넘게 내렸다.

하지만 일부 급매물만 간간히 소화돼 실거래량은 적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전셋값도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쇼크 영향으로 지난해 9월보다 1억원 안팎 내렸는데 전용 84㎡ 기준 송파구 소재 단지는 5~6억원대, 성남시와 하남시 소재 단지는 4~5억원대 수준이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이갤러리를 찾은 청약희망자들이 위례포레자이 청약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여전히 매력적인 분양가…'인기비결'=위례신도시는 올해 분양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역이다. 올해 들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시장침체 국면에도 불구하고 위례신도시는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초 GS건설이 북위례 지역인 하남시 학암동에서 분양한 ‘위례포레자이’는 487가구 모집에 6만3472명이 몰렸다.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30.33대 1로 올해 1분기 경기, 인천 지역을 통들어 가장 높다. 이달 초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북위례 힐스테이트’도 939가구를 모집한 1순위 청약에 7만257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77.28대 1을 기록했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1830만원으로 2~3년전 분양가보다 400만~500만원 올랐다. 하지만 최근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여전히 2~3억원 낮은 수준인데다 최근 서울 홍제, 청량리 등 비강남권 분양가도 3.3㎡당 2500만원을 웃도는 상황이어서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 신청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북위례 분양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은데다 지금보다 시세가 하락해도 2~3년 후 입주하는 새 아파트 프리미엄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올해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하는 단지는 청약 열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위례신도시 북위례 지역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총 4733가구다. 행정구역상 송파구에서 3곳 1883가구, 하남권에서는 4곳 285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3.3㎡당분양가는 송파구 단지가 2300만원, 하남권 단지는 1800만원 내외로 예상된다.

위례신도시 중심 상가 내부 전경.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에 1층인데도 상당수가 공실이다. 평일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많지 않았다. /사진=유엄식 기자

◇ ‘텅빈 상권’…위례~신사선과 트램 준공 관건될 듯= 위례신도시 지역 주민들은 늘었지만 일대 상권은 상당히 침체됐다. 중심 상권인 중앙상가 내부도 한 집 건너 한 집이 공실이며, 대로변 1층 요지도 곳곳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업계에선 위례신도시가 판교, 광교 등 다른 2기 신도시와 달리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상권이 평일에도 꾸준히 유지되려면 주변에 일자리가 많아야하는데 입주민들의 직장은 주로 서울 강남권이어서 베드타운 역할에 그치고 있다. 또 일대 광역 교통망이 부족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거의 없는 점도 상권에 악영향을 줬다.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도 생겼고, 임대료를 조금씩 낮추는 건물주도 있지만 세입자를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에서 북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위례신도시 지점을 오픈하기 위해 중앙상가 주변 40~50평규모 상점을 둘러봤고, 4개월 렌트 프리를 제안받았지만 결국 입점을 포기했다. 그는 “임대료 등 계약 조건은 좋았지만 주변 공실이 많고 낮에 유동인구가 적어 영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대 부동산 업계에선 착공이 지연된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역)과 위례선(트램)이 준공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총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 민자사업인 위례신사선 착공시점을 2023년 6월에서 2022년 12월로 6개월 앞당기는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8호선 복정역을 잇는 위례선은 2024년 8월 준공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