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유모차 10대 받는 법?' 구멍난 태아보험

이달부터 어린이보험(자녀보험) 상품구조가 변경돼 출산 전인 태아 기간에는 1000원~2000원대의 보험료만 내면 된다. 기존 7만~8만원대였던 보험료가 낮아지면서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경품만 챙기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어린이보험 태아특약의 경우 중복 가입 여부를 가려낼 수 없다. 태아는 아직 주민번호가 없기 때문에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양자인 태아의 부모 정보로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부양자의 대표 보장 담보인 산모 사망에 대해 업계의 누적 가입 한도가 없어 여러 건에 가입해도 무방하다.


보험사들은 3대 진단비(암·뇌·심장질환), 입원일당, 골절진단비, 경증 치매진단 등에 대해 각사별로 가입한도를 정해 이를 초과하면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어린이보험은 그렇지 않다.

문제는 태아 기간의 보험료가 크게 낮아지다 보니 역선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즉 기존에 태아 상태에서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면 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매월 7만2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했다면 이달부터 태아기간에는 2000원의 보험료만 내다 출산 이후 7만원을 내는 식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보험료가 수만원대여서 여러 건에 가입하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10건에 가입해도 한 달에 1만~2만원 밖에 안 된다.

출산 후 아이가 건강하면 한 건 만 남기고 모두 해지할 수 있고 질병이 있어 치료비가 걱정된다면 그대로 유지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어린이보험 시장이 과열되면서 유모차, 카시트 등 고가의 불법 경품을 제공하는 곳도 많아 경품만 챙기고 계약을 해지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태아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 부담이 적어 가입자 입장에서 역선택 가능성이 커진 것이 상품구조 변경의 구멍인 셈”이라며 “출산 후 보험료가 올라가는 시기에 해지를 해도 그간 낸 보험료가 많지 않아 다른 보장성보험과 달리 부담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어린이보험과 관련한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고 역선택 가능성을 고려해 가입 한도 설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약 30만명인데, 어린이보험은 80만 건 가까이 가입했을 정도로 시장이 가열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가의 경품 등 불법 마케팅으로 역선택을 조장할 경우 장기적으로 전체 보험료가 인상돼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며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 대한 불필요한 보험료를 미리 받지 말자는 취지에서 상품구조가 바뀐 만큼 부작용 없이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가 바뀐 만큼 부작용 없이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