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법정공방에 쏠린 눈…12일 첫 공판

지난해 보험업계를 뒤흔든 '즉시연금 사태'의 법정공방이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이 승소할 경우 다른 보험사들도 추가 지급을 검토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크지만 패소한다면 사별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즉시연금 관련 계약자 56명의 사례를 모아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반환 청구 공동소송 첫 공판이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내면 보험료 운용수익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지급하다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원금은 돌려주는 상품이다. 즉시연금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던 상품은 '상속형'으로 계약자가 사망하거나 10년 혹은 20년 후 만기가 도래하면 애초에 맡긴 원금을 상속금으로 100% 돌려주고 연금(생활연금)은 원금을 굴려 나오는 수익으로 매달 지급한다.

연금액을 결정하는 수익률은 보험사가 매달 공시이율로 공개하는데 계약자들은 공시이율이 아무리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만큼은 연금을 보장받을 것으로 알고 상품에 가입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금리가 하락하며 공시이율이 내려가자 일부 보험사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가이설계서에 예시한 최저 생활연금보다 적은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상속형 즉시연금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자산운용 수익금으로 연금은 물론 원금 일부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보험료 원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떼기 때문에 가입자 사망이나 만기 도래 시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해 운용수익 일부는 책임준비금(만기지급 재원)으로 적립해왔다.


상속형 가입자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만기환급금 지급을 위해 보험료 운용수익에서 제해 적립해온 책임준비금을 모두 계산해 약 4300억원을 연금으로 추가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이사회는 즉시연금 가입설계서에 예시된 최저보증이율에 미치지 못하는 연금 차액만 일괄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생명과 금감원이 과소지급 연금액과 추가지급 대상, 약관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약관해석을 놓고 삼성생명은 사업방법서 상 만기환급금 차감이 들어가 있다는 입장이고 금감원은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차감한다는 문구가 약관에 없기 때문에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보험사의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생명은 소송 결과 법원에서 민원인에 대해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금감원이 삼성생명 측에 추가 지급을 권고한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이후에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건에 대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이 승소할 경우 추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한편 이번 소송과 별도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각각 즉시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소송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