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인보사 허가 논란…중앙약심위 심사 어땠길래

골관절염 유전자세포치료제 인보사. / 사진제공=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 (22,200원 0.00%)의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인보사의 주요 성분인 2액 '형질전환세포'(TC)가 당초 알려진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레세포(GP2-293)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성·유효성 논란과 함께 해당 제품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과정까지 도마에 오른 것.


식약처의 허가심사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원회(이하 중앙약심위)에서 인보사에 대한 여러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식약처가 엄격한 검증 없이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가 중앙약심위 소분과 회의록을 토대로 당시 인보사 심의 과정을 들여다봤다.

2017년 4월4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분과 회의 중 참석 위원의 발언. /자료=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분과 회의록

◇1차 회의 “기존 치료법 대비 안전·유효성 개선여부 의문” = 식약처는 2017년 4월4일 인보사의 허가 여부를 논의하는 중앙약심위 소분과 회의를 열었다. 중앙약심위는 관련 분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기구다.

이날 회의에는 심의위원 7명과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 4명이 참석했다. 회의록은 실명 비공개 방침에 따라 익명으로 기술됐다. 이날 참석 위원들은 다양한 논의 끝에 인보사의 허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허가 조건 미충족 사유로는 △세포치료제와 유사한 계열 의약품과 직접 비교 임상 필요(유효성) △기존 치료보다 유효성 개선을 보기 위한 퇴행성관절염의 구조개선(연골재생) 입증 필요(유효성) △퇴행성관절염 증상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리스크(위해) 더 크다(안전성)는 점이 꼽혔다.


즉,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임상자료만으로는 기존 치료제 대비 안전성·유효성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조개선(연골재생) 여부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참석 위원은 “기존 치료에서 수술방법을 사용한 것은 구조적인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증상만 좋아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유전자치료제의 위험성을 안고 사용하는 만큼 구조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6월14일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참석 위원의 발언. /자료=중앙약사심의위원회 소분과 회의록

◇2차 회의서 보완자료 검토 후 ‘허가 타당성’ 인정 = 식약처는 6월14일 인보사 허가 관련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보완자료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위해 열렸다.

2차 회의에는 위원회 구성원 12명 중 9명이 참석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참석 위원들은 보완자료가 1차 회의에서 나온 미충족 사유를 소명했다고 판단했다. 우선 참석위원들은 주사 투여방식인 인보사와 달리 기존 세포치료제는 수술을 동반한 치료 방식인데다 치료 목적도 달라 비교 임상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또 기존 치료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효과(12개월)를 보였고, 관절기능과 통증 완화를 동시에 평가해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판단했다.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방사선 조사를 통해 위해성을 최소화했고, 임상시험에서 인보사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연골재생 등 구조적 개선을 입증하지 않고 증상개선만으로 허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구조적 개선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실제 한 참석 위원은 "이 약을 투여해서 구조개선이 되면 좋지만 유전자치료제이기 때문에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인 논리가 아니다"며 "선진국에서도 유전자치료제라고 구조개선을 의무로 내세우는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 위원 역시 "직접 비교나 구조개선까지 요구하는 것은 항암제가 암을 완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정확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도록 사용범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증상개선만으로 비싼 약을 허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참석 위원은 "유전자치료제 등은 국가가 전략을 가지고 지원하는 약물임을 고려할 때 더 획기적인 것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