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아시아나 인수자, 가격·자금능력 우선 고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6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공개매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고려하는 인수자의 자격에 대해선 "인수가격과 (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산은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각 과정은 법률 절차를 따라야 해 최소한 6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지만, 채권단도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뒀다"며 "이달 말에서 내달 초쯤 매각 주간사 선정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매각 가격에 대해선 "인수자와 협상할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수조원대 부채 탓에 인수자 부담이 클 것이란 시각에 대해선 "현재 부채는 3조6000억~7000억원 규모고, 기업을 인수할 때 이 부채를 다 갚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며 "적절한 자본이 조달되고 큰 무리가 없다면 일정 부채는 (인수자가) 끌고 갈 수 있다. 실제 (상환해야 할) 수요는 굉장히 적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 대주주(금호산업)의 구주매각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는 매각 구조"라며 "신주 인수자금은 회사 안에 유입돼 정상화에 활용되기 때문에 인수자로서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통매각' 방침에 대해선 "자회사들은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생각해 만들어놨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괄 매각하는 게 기업가치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각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 분리매각도 금호산업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조트와 관광·고속 관련사 등의 분리매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금호타이어 사례 등에 비춰 박삼구 전 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매각 작업을 방해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 매각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에서 걱정하는 '가성매각' 또는 '파킹'에 이용되는 인수 주체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SK·한화·CJ 등 재벌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이들이 박 전 회장을 도와 매각 작업에 훼방을 놓을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과 관련해선 6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25일 이전에는 MOU(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회복 중인 시장의 신뢰를 더 하기 위해 (MOU 시기를) 늦출 필요가 없다"며 "적어도 25일 전에는 가시적인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방식에 대해서는 "영구채 매입 방식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지원 규모에 대해선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안정될 만큼의 충분한 수준"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 규모를 넘을 수 있냐'라는 질문에 "만약을 위한 대비 차원에서 좀 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조속히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가닥이 잡힌 건 박 전 회장이 대주주가 아닌 회사와 1만여명의 임직원을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것은 물론 어려울 때 회사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게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책임감"이라며 "박 회장이 이번에 기업인의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