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보험료 낮추고 설계사 첫해 수당 1200% 제한

앞으로 암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보험료가 3~5% 가량 낮아지고 해지환급금은 더 많아진다. 보장성보험에서 떼 가는 수수료를 지금보다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가 계약 모집 첫해 받는 모집수당은 연간 납입보험료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된다. 과도하게 사업비(수수료)를 떼 가는 보험상품은 사업비 내역이 낱낱이 공개된다.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비자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선' 공청회를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했다. 금융위원회는 공청회에서 나온 개선방안을 반영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시행할 계획이지만 보험가격에 대해 사실상 '직접규제'를 하는 셈이어서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보장성보험, 해지환급금 '늘고' 보험료 '낮추고'=공청회에서는 보장성보험의 표준해약공제액을 종전 대비 약 30%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표준해약공제액은 보험설계사가 초기에 계약을 권유하는 노력을 인정받아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받을 수 있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보험가입자는 가입 초기 계약을 해지하면 이미 낸 보험료 총액에서 표준해약공제액 만큼을 빼고 돌려 받을 수 있다. 표준해약공제액이 줄어들면 그만큼 보험계약 해지시 종전 대비 더 많은 금액을 환급금으로 돌려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장성보험의 보험료는 질병, 사고 등을 보장받기 위해 내는 위험보험료와 해지시 환급금을 받기 위해 내는 저축보험료로 나뉜다. 지금은 위험보험료와 저축보험료를 합산한 뒤 20년 납입을 가정해 표준해약공제액을 산정한다.

공청회에서는 보장성보험료 가운데 저축보험료를 일반 저축성보험 상품과 동일하게 12년 납입을 가정해 해약공제액을 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납입 기간이 20년에서 12년으로 단축되면 그만큼 해약공제액이 줄고, 이에 따라 보험계약 해지시 받는 환급금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와 동시에 표준해약공제액을 초과해 사업비를 쓸 경우 해당 상품의 사업비를 공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보험계약 모집 실적을 단기에 늘리려고 일부 보험사가 사업비를 해약공제액 이상으로 집행해 왔는데 이는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를 유발할 수 있어서다. 앞으로는 사업비가 과도하게 부과되는 상품은 원가에 해당하는 사업비가 낱낱이 공개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성보험의 저축보험료에 대한 표준해약공제액이 줄고, 표준해약공제액을 초과한 사업비 공시 제도가 함께 도입되면 보험료가 자연스럽게 인하되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종신보험,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료가 종전 대비 약 3~5% 가량 인하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설계사 첫해 모집수당, 연간 보험료 못 넘는다=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모집 첫해 수당은 연납보험료 총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연간 받은 보험료 안에서 첫해 수당을 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1700%까지 첫해 선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앞으로는 월납 초회보험료의 1200% 이내로 묶이는 셈이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선지급 수수료가 과도하면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보다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고, 극단적인 경우 설계사가 '가짜 계약'을 작성해 1년 후 해지하는 식으로 차익거래가 발생할 유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초년도 지급 수당을 전체 수당의 50% 이하로 낮추고, 초회 지급 수당을 전체의 25%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수료 분급을 확대해 불완전판매 요소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 밖에 연금 전환이 가능한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일반 연금보험과 연금액을 의무적으로 비교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종신보험 연금액은 연금보험 연금액보다 적은데도 설계사가 받는 수당은 종신보험이 더 많다보니 보험설계사 가입자를 속여 파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보장성 변액보험 환급률을 안내할 때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한 실질 수익률을 안내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사실상 가격개입 논란...설계사 반발도 거셀듯=금융당국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보장성보험 사업비 부과 개선책과 모집수수료 개선방안을 참고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비와 모집수수료 제한은 보험 영업 위축을 불러 올 수 있고 보험설계사 수입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사업비와 수수료 개선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도 수개월 동안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특히 첫해 모집수당을 월납 초회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방안은 사실상 금융당국이 보험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셈이어서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공청회 축사에서 "제도 개선의 최종 수혜자는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주요 원칙하에 제도개선 방향이 논의·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보험상품 수수료에 대한 직접규제는 가격자유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불구, 우리보다 훨씬 상품이 단순한 미국, 호주의 보험시장에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