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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시각장애? 걱정하지 마세요…잘 가르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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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민 기자
  • 2019.04.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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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동료 있나요?]시각장애인 최초 일반학교 역사교사 류창동씨 인터뷰

[편집자주]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차별하지 말라. 그것이 국적이든 성별이든 피부색이든 장애든.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말라는 외침은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에 앞서, 우리는 그들을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주변 장애인 동료들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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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최초 일반학교 역사교사 류창동씨./사진=이영민 기자
"선생님, 같이 내려가실래요?"

흰 지팡이로 계단을 짚으며 내려가던 선생님에게 학생이 다가 와 말했다. 학생은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손에 자신의 팔꿈치를 쥐어 주고는 한발 앞서 걷기 시작했다. 첫 수업 때 가르친 '시각장애인 안내법'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활용한 학생 덕분에 선생님은 하루 종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구 서연중학교 역사교사 류창동씨(29)를 만나면 학생들의 인사 소리는 좀 더 크고 길어진다. "안녕하세요! 몇 학년 몇 반 누구입니다"라며 인사 뒤에 자신의 반과 이름을 덧붙인다.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전맹시각장애인 류 교사에게만 하는 특별한 인사법이다.

올해 초 임용고시에 합격한 류 교사의 일과는 긴장과 설렘의 연속이다. 류 교사는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건 처음이니 긴장되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면서도 "아이들과 소통은 항상 좋아하고 꿈꿔온 일"이라고 말했다.

류씨가 올 2월14일 중등 신규임용예정교사 직무연수를 받으러 온 모습. /사진=류창동씨 제공
류씨가 올 2월14일 중등 신규임용예정교사 직무연수를 받으러 온 모습. /사진=류창동씨 제공

류 교사가 국내 첫 시각장애인 역사 교사가 되기까지는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점자책이나 컴퓨터 문서 등 '시각장애인 대체도서'가 필요한데, 역사교사를 준비한 시각장애인이 없다보니 대체교재도 전혀 없었다.

대체도서 제작 기관에 직접 교재를 맡기고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한자가 많은 한국사·중국사 '필독교재'는 대체도서 제작마저 불가능했다. 결국 첫 시험은 책도 못 펴보고 치렀다. 다음 해 늦여름이 돼서야 필요한 교재가 모두 완성됐다.

류 교사는 "대체도서가 없으면 직접 제작기관에 맡기고 기다리는 일이 익숙하다"며 "앞으로는 일반 학교 역사교사를 준비하는 시각장애인이 대체도서를 제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사는 중학교 3학년 학급 7개반에서 역사를 가르친다. 불편한 판서 대신 매시간 학습 내용을 정리한 학습지를 나눠준다. 학습 내용과 연관된 영상 시청도 필수다. 영상자료를 고를 땐 업무 지원인의 도움을 받는다.

시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업무지원인은 수업 자료 편집, 영상 상태 점검 등을 돕는다. 수업 시간에는 류 교사를 대신해 수업태도를 살피기도 한다.

여러 도움에도 교사생활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업무포털의 낮은 접근성이다. 시각장애인은 컴퓨터를 사용할 때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업무포털에 스크린리더가 접근할 수 없는 작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류 교사는 "시각장애인이라서 할 수 없는 업무가 생기면 동료와 그 짐을 나눠야 한다"며 "하루 빨리 기술 개선이 이뤄져 업무를 하지 못할 때 느끼는 안타까움이 줄었으면 한다"고 했다.

장애를 걱정거리로 보는 인식도 아쉬운 점이다. 류 교사는 "새내기 교사라 하는 실수도 장애인이라 하는 실수로 비쳐질까 걱정이 크다"며 "장애 여부를 떠나 있는 그대로를 보고 인정해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을 통해 장애인과 익숙해지기를 희망한다. 그는 "익숙한 공간에서 매일 시각장애인 교사를 만나면 시각장애인과 익숙해질 것"이라며 "저를 거쳐 간 아이가 사회에 나가서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훨씬 자연스럽게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익숙한, 나아가 장애를 '꼬리표'로 여기지 않는 사회. 류씨가 꿈꾸는 세상이다.



  • 이영민
    이영민 letswin@mt.co.kr

    안녕하십니까. 사회부 사건팀(혜화·동대문·강북·도봉·노원·중랑·북부지검·북부지법 담당) 이영민입니다. 국내 사건·사고와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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