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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트럼프 모자'를 쓰고 다니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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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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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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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미국을 백인의 '단일인종국가'(Ethnostate)로 만들려는 백인우월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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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특파원으로 발령받고 출국하기 직전 사둔 책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이다. 명색이 미국 특파원인데, 최소한 현직 미국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둬야 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게으른 탓인지 바쁘단 핑계로 미국에 온지 두달이 넘도록 절반도 못 읽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최근 LA(로스앤젤레스)로 출장 가면서 비행기에서 읽으려고 가방에 챙겨넣었다.

하지만 비행기에 올라탄 뒤 막상 읽으려고 꺼내려니 슬쩍 눈치가 보였다. 책 표지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어서다. 이런 책을 읽는 나를 보고 누가 '트럼프 지지자'로 오해해 핀잔을 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꺼내지 못했다.

괜한 걱정이라고 하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가 적힌 이른바 '트럼프 모자'를 썼다는 이유로 '나치' '인종차별주의자'로 매도되는 봉변을 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자를 쓴 남성은 나치와 인종차별의 피해자인 유태인이었다.

지금 미국에선 이 트럼프 모자를 쓰고 다니다간 최악의 경우 총에 맞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켄터키주의 한 쇼핑몰에서는 50대 남성이 트럼프 모자를 쓴 부부를 총으로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모자 때문에 그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슬로건이 뭐가 문제기에 그럴까? 비밀은 '다시'(again)란 한마디에 있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미국인들은 이 말에 '미국은 원래 위대한 백인의 나라였다'는 의미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건? 다시 백인의 나라로 돌려놓겠단 뜻이다. 다른 인종들에게 'MAGA'가 곧 "미국에서 나가라"는 모욕적인 말로 들리는 이유다.

오해라고 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너무 노골적이다. 대선 공약 1호인 멕시코 장벽은 말할 것도 없다.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 등 흑인 유명인들을 싸잡아 "멍청하다"고 비난하고, 백악관에서 흑인 여기자의 질문만 무시하는 것 역시 이젠 뉴스 거리도 안 된다.

요즘엔 민주당 소속 무슬림 초선인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을 겨냥해 "지극히 반(反)애국적"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맹공을 퍼붓는다. 오마르 의원이 9·11 테러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뭔가를 저질렀다"며 별일 아닌 듯 말했다는 이유다.

오마르 의원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선동을 중단해 달라고 애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작심한듯 오히려 오마르 의원의 지역구인 미네소타주를 찾아갔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를 다녀간 지역은 이후 인종 혐오범죄가 226%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단체를 꼽으라면 단연 백인우월주의집단 '알트 라이트'(Alt-Right)다. 백인이 아닌 다른 모든 인종을 미국에서 몰아내 미국을 백인의 '단일인종국가'(Ethnostate)로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이 단체의 지도자 중 한명인 리처드 스펜서는 "미국은 직전 세대까지도 백인의 나라였다"며 "미국은 백인을 위해 설계된, 백인의 창조물이며 백인의 유산이고, 백인의 소유물"이라고 주장한다.

백인들의 위기감도 이해못할 바 아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들 가운데 백인은 49.6%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십년 후면 백인이 더 이상 미국의 절대적 주류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백인이 아닌 이른바 유색인종들을 몰아낸다고 미국이 진정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오늘날 미국 경제를 진정으로 위대하게 만든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 가운데 약 30%가 아시아인이다. 15세기 유태인을 추방한 스페인, 1965년 중국인들이 싫다고 싱가포르를 강제독립시킨 말레이시아의 전철을 미국이 밟진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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