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내뿜고…대표이사 고개 떨군 LG화학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정현수 기자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일대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LG그룹 대표 계열사인 LG화학이 사업장에서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염화비닐 배출 측정치를 속였는데, 이는 1급 발암물질이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은 최근까지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을 속여서 배출한 것으로 적발됐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측정대행업체가 LG화학 등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공모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메신저 문자로 측정 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정값을 축소한 사례만 4253건으로 파악됐다.

조작에는 LG화학 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한화케미칼 여수 1·2·3 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 포함됐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가 영산강 주변 전라남도 주변에 국한된 것으로 조만간 검찰과 협의해 전국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적발에 연루된 LG는 내부적으로 충격이 큰 모습이다. 올해 1월 구광모 회장이 단행한 원포인트 대표급 인사로 LG화학 대표이사에 부임한 신학철 부회장은 즉시 성명을 내고 "관련 사업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 사태는 LG화학 경영이념이나 제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통감했다.

신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글로벌 기업 쓰리엠(3M)에서 영입했다.

LG 측의 대응에도 그룹 전체 신뢰도 하락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경부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3월 문제를 인식하고도 1년 넘게 이를 은폐하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사업장 폐쇄 방침을 밝힌 것도 진정성에 의심이 가게 하는 대목이다.

LG그룹이 육성하는 주력 계열사가 국민적 스트레스인 '미세먼지'와 관련해 사회를 기만한 셈이다. 대기업이라 관리부실이 원인이었다고 해도 미세먼지에 관한 국민적 스트레스를 이해했다면 일단 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 점검부터 나서야 했지 않았냐는 비판이 제기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