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반도체 업황…상저하고? 상저하저?

'상저하고(上低下高)냐, 상저하저(上低下低)냐'


반도체 수출 부진과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업황 회복 시점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6개월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만 해도 하반기 반등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난해 보다 60% 급감한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6조2000억원)이 확인되자 하반기에도 힘들지 않겠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감산 계획까지 내놨던 D램(DRAM)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이 시황 개선을 예고하고 구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IDC) 건립, 인텔의 신규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출시 등 수요 회복 신호가 감지되면서 다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어닝쇼크'에 반도체 수출 부진·가격 하락 '지속'= 삼성전자는 지난 5일 2년 반 만에 최악의 실적(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내놨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조7000억~4조2000억원으로 60% 이상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오는 25일 공개될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도 심상치 않다. 서버용 D램(DDR4 2400Mbps RDIMM 32GB 기준) 평균 가격이 지난달 167.7달러로 올 들어서 40% 이상 떨어졌다. PC용 DDR4 8Gb(기가비트) D램 가격도 지난달 4.56달러로 1분기에만 37% 넘게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3분기까지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과 수요 약세가 이어져 올 한 해 세계 D램 시장 규모가 22% 줄어든 770억달러(약 88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진으로 우리나라 수출은 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0억1000만달러로 16.6% 줄었고 이달 1~10일 수출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간담회에서 "(반도체 수요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 예상을 하지만 그 시기가 뒤로 늦춰지고 회복속도도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업계 최고경영진 긍정적 시각 발표…외인, 반도체株 매집= 하지만 시장을 중심으로 업황 개선에 대한 신호가 감지되면서 '상저하고'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을 5% 줄이겠다고 밝힌 미국 마이크론이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수미트 사다나 마이크론 부사장 겸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최근 "D램과 낸드(NAND) 수요는 부진하겠지만 일부 클라우드 고객의 재고상황 개선에 따라 하반기부터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5G(5세대 이동통신) 등 기술 발전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앞으로 10~20년간 성장할 것"이라며 "낸드 수요는 향후 연간 35%, D램은 15~19%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17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시각에 변함이 없다"며 "5G와 자동차, AI, 데이터 센터 성장을 통해 2020년 이후에도 반도체 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1~2분기 바닥론에 힘을 실리면서 외국인들이 앞다퉈 반도체주 매수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종목 1·2위는 금액 기준으로 삼성전자 (77,200원 ▼2,400 -3.02%)(8042억원), SK하이닉스 (173,400원 ▼8,900 -4.88%)(2645억원)가 차지했다. 두 기업에만 1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쏠린 것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가격이 2분기에 바닥을 찍고 3~4분기에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며 "투자를 미뤄왔던 데이터센터들이 반도체 구입을 재개하고, 부족사태를 겪었던 인텔칩 문제도 해결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체들이 생산조절에 들어가고 있어 공급 감소 효과가 하반기부터 나오면 업황이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