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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인싸' 시각장애인 3명이 미국 자유여행을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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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민 기자
  • 2019.04.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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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동료 있나요?] 미국 자유여행 다녀온 20대 시각장애인 3명 인터뷰

[편집자주]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차별하지 말라. 그것이 국적이든 성별이든 피부색이든 장애든.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말라는 외침은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에 앞서, 우리는 그들을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주변 장애인 동료들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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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박준범·류창동·안제영씨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글 본사에 여행간 모습. /사진제공=류창동씨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입니다! 세 사람의 시각장애인이 안 보이는 눈과 흰 지팡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미국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류창동씨(29)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오프닝 멘트를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술 먹방(술 먹는 방송)이 이어졌다. 그는 "오늘은 이런 색깔의 술을 이렇게 생긴 과자와 함께 먹으려고 한다"며 화면에 술과 과자를 비췄다.

◇'고시생' 시각장애인 3명, 떠나기로 결심하다

올 1월24일 시각장애인 류씨와 안제영씨(24), 박준범씨(24)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부에 지친 임용고시생이던 이들은 동기유발이 필요했다. 지난해 6월 말 "시험 끝나고 여행 가자"는 박씨의 제안에 류씨와 안씨는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보이지 않는 여행이지만 남들보다 더 필요한 건 점자라벨이 붙은 봉투 5장뿐이었다. 단위 상관없이 크기가 같은 미국 지폐를 구별하기 위해 봉투 5장에 각 돈 단위를 점자라벨로 표시해 나눠 넣었다.

두려움과 걱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총기 소유가 가능한 미국에서 총을 맞진 않을까', '소매치기를 당하진 않을까' 등 어떤 여행자든 할 수 있는 걱정은 들었다. 오히려 주변인들의 염려가 더 컸다. 한 한국인 항공사 직원은 '보호자는 있냐', '괜찮겠냐'며 수차례 물었다.

이들의 여행에 대한 반응은 한국과 미국이 좀 달랐다. 류씨는 "한국 분들은 걱정한 반면 미국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멋있다', '놀랍다', '안전 여행을 빈다' 등 응원을 보냈다"며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한국과 미국의 인식 차이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셋 보단 보통 청춘 셋의 여행"

(왼쪽부터)안제영·박준범·류창동씨. 일정 대부분이 "맛있는 이야기와 마신 이야기"라는 이들의 여행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사진제공=류창동씨
(왼쪽부터)안제영·박준범·류창동씨. 일정 대부분이 "맛있는 이야기와 마신 이야기"라는 이들의 여행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사진제공=류창동씨


여행지는 유흥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와 미식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였다. 여행 일정 대부분이 "맛있는 이야기와 마신 이야기"라는 이들의 여행 성격에 딱 맞았다.

세 사람은 먹은 식사와 마신 음료, 방문한 장소 등을 글과 사진·영상으로 꼼꼼히 기록했다. "사진 좀 찍어주세요"는 이들이 여행 도중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사격장에서 총을 쏘고, 놀이기구를 타고, 술잔을 부딪치고,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겼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은 이들의 눈과 발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으로 '우버'를 켜 차를 부르고, 거리와 방향 정보를 들려주는 지도앱 '블라인드 스퀘어'로 맛집을 찾아다녔다. 박씨는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이번 여행은 힘들었을 수도 있다"며 IT기술 발전에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 좀 찍어주세요"는 이들이 여행 도중 가장 많이 한 요청 중 하나. 사격장에 가서 총을 쏘고,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을 현지인에 요청해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제공=류창동씨
"사진 좀 찍어주세요"는 이들이 여행 도중 가장 많이 한 요청 중 하나. 사격장에 가서 총을 쏘고,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을 현지인에 요청해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제공=류창동씨

시각장애인이어서 '보는 관광'보다 '체험'을 선호한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의 도움으로 구글 캠퍼스도 돌아보고, 샌프란시스코의 명소인 금문교도 들렀다. 다리 모형도 만져보고 점자 설명도 읽으면서 그들만의 방법으로 명소의 모습을 머리에 새겼다. 이들이 시각장애인으로서 다녀온 여행 코스는 샌프란시스코의 시각장애인지원기관인 '라이트하우스' 뿐이다.

안씨는 "보이지 않아도 박물관이나 유적지처럼 눈으로 보는 관광을 선호하는 시각장애인도 많다"이라며 "보이는 분들도 각각 여행 성향이 다르듯이 시각장애인들도 성향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은 "사람이 여행을 가고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라며 "시각장애인들이 여행을 가고싶고, 실제로 가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이영민
    이영민 letswin@mt.co.kr

    안녕하십니까. 사회부 사건팀(혜화·동대문·강북·도봉·노원·중랑·북부지검·북부지법 담당) 이영민입니다. 국내 사건·사고와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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