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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장애인 공연은 감동 필수? 예술하는 배우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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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민 기자
  • 2019.04.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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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동료 있나요?]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연출가 서지원씨·활동가 진성선씨

[편집자주]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차별하지 말라. 그것이 국적이든 성별이든 피부색이든 장애든.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말라는 외침은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에 앞서, 우리는 그들을 차별하고 있지 않은지, 주변 장애인 동료들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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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사진=장애여성공감
배우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관객이 눈물을 쏟았다. 연기가 시작되니 눈물은 더해졌다. 배우의 몸짓이 어떤 의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배우의 몸 자체만으로도 관객은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2003년 창단한 장애인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춤허리)의 초기 공연의 반응이다. 연출가 겸 배우 서지원씨(39)는 "우리 공연이 저렇게 슬프진 않을텐데, 왜 저렇게 울까 궁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요즘 공연을 보는 관객 중 우는 사람은 드물다. 공연은 처음부터 슬프지 않았다. 동정 혹은 감동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줄었을 뿐이다.

서씨는 "예전에는 '이런 몸으로 수고했다'며 장애인을 불쌍한 사람,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면서 "요즘 관객은 공연으로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연출가 겸 배우 서지원씨(왼쪽)과 활동가 진성선씨.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장애인 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연출가 겸 배우 서지원씨(왼쪽)과 활동가 진성선씨.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춤허리는 인권운동단체 장애여성공감(공감)의 극단이다. 장애여성의 인권과 일상을 표현한다. 뇌병변 장애인 서씨를 비롯해 지체장애·언어장애·발달장애·정신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여성 6명이 함께한다.

춤허리는 매해 정기공연을 해왔다. 1년에 1~2번 할 때도 있었지만, 최근엔 인기가 높아져 찾는 곳이 많아졌다. 지난해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초청돼 3일 동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퍼포먼스와 전시를 진행했다. 미술관처럼 공적 공간에 들어갔을 때 장애여성이 느끼는 낯섦을 표현한 이들의 공연이다.

공연 연습은 보통 극단과는 조금 다르다. 장애에 따라 다른 어려움을 이겨낸다. 서씨는 "대사를 외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은 자기의 대사를 100번이고, 1000번이고 외워질 때까지 쓴다"며 "대사 낭독이 어려운 배우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그 대사를 반복해서 읽어보고 자기 언어로 소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연습 모습 /사진제공=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연습 모습 /사진제공=장애여성공감

공연에는 그들만의 몸짓과 언어를 만들려는 치열한 고민이 담겼다. 공감 소속 활동가 진성선씨(26)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저희만의 호흡이나 발성법, 몸짓을 찾는 과정이 있다"며 "우리 방식으로 어떻게 변화시키고 도전할지 고민하다"고 고충을 설명했다.

자기만의 표현법을 찾아가며 서씨의 인생도 크게 변했다. 서씨는 "어릴 때부터 남의 도움을 받다보니 항상 눈치를 보며 살아야했다"며 "상대방에게 동의하지 않거나 기분이 나빠도 솔직하게 표현하면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서씨는 기분이 나쁘면 화도 내고, 동의하지 않는 일엔 반대하기도 한다. 서씨는 "무대에 올라가면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나만 바라보는 게 좋았다"며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웃어보였다.


장애여성 개인의 치료가 춤허리 공연 목적은 아니다. '인권과 예술'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을 뿐이다. 서씨는 "춤허리 배우들은 치료의 대상이 아닌 예술의 주체"라며 "배우들의 치열한 고민으로 탄생한 몸짓과 언어는 저희만의 전문성이자 예술성"이라고 자신했다.



  • 이영민
    이영민 letswin@mt.co.kr

    안녕하십니까. 사회부 사건팀(혜화·동대문·강북·도봉·노원·중랑·북부지검·북부지법 담당) 이영민입니다. 국내 사건·사고와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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