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반도체 판 키우기…SK실트론 3년새 1.5조 공격투자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옛 LG실트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감행, 반도체 역량 강화의 고삐를 쥔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종합 반도체 그룹의 꿈을 불태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실린 결정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올해 595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경영진으로부터 경영현황과 투자계획 등을 보고받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구미 생산라인의 웨이퍼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R&D)에 4400억원, 설비 강화와 품질 개선 등 제조경쟁력 강화에 나머지 155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말 자산총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2017년 8월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2년 반 만에 1조5000억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SK실트론은 2017년 3338억원, 지난해 6336억원을 설비투자와 생산능력 강화 등에 썼다.

LG그룹 계열 시절 투자액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투자액이 매년 300억~700억원 수준으로 2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최근 공격적인 투자는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SK하이닉스 (175,200원 ▼7,100 -3.89%)(2012년 SK그룹 편입)와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만드는 SK머티리얼즈(옛 OIC머티리얼즈· 2016년 편입)등 반도체 제조 종합 라인을 완성하려는 그룹 차원의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이날 중국 우시에서 기존 D램 생산라인 'C2'를 확장한 C2F 준공식을 열었다.

SK실트론의 투자확대는 웨이퍼 시장 세계 1, 2위인 신에츠, 섬코 등 일본업체를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세계 웨이퍼시장 점유율은 신에츠 27%, 섬코 26%, 독일 실트로닉스 13%, 미국 선에디슨 10%, SK실트론 9% 수준이다.

출하면적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웨이퍼 시장은 2017년보다 8% 늘었다. 매출 기준으로도 지난해 시장 규모가 113억8000만달러로 2017년(87억7000만달러)보다 31% 증가했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는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올해 130억9000만제곱인치, 2020년 134억4000만제곱인치, 2021년 137억7800만제곱인치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서도 SK실트론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SK실트론의 웨이퍼 매출은 지난해 1조3462억원으로 40% 늘었다. 지난 2월 SK실트론이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 모집액의 7배 가까운 1조2000억원이 몰리면서 발행규모를 3200억원으로 증액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반도체 시장에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SK하이닉스-SK실트론-SK머티리얼즈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하면서 빠르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판 키우기에 능한 최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