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연내 '기업인권규정' 마련…대기업부터 단계별 적용"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우리나라 인권문제 중에서 최근 대중들의 관심이 쏠린 이슈가 있다면 바로 '기업 갑질'이다. 원래 기업 갑질이라고 하면 기업간의 계약관계에 기초한다. A기업과 B기업이 거래를 할 때 힘이 센 기업이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에 상당히 불리한 거래조건을 강요하는걸 갑질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기업갑질은 기업 내 문제로 통한다. 사용자와 노동자, 경영진과 근로자 사이의 수직적 구조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제56회 법의 날'을 맞아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만난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은 "기업갑질은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기 힘든 독특한 사례"라며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지 보호막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연내 '기업인권규정'을 마련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황 국장은 "법무부는 지난해 간담회를 열어 기업과 교수들, 변호사협회를 불러 의견을 모았고 조만간 표준안 만드는 작업을 용역 주기로 했다"면서 "그 결과를 토대로 상공회의소 등 기업의 여건 등을 고려해 조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기업갑질에 대해 정부가 사후약방문식으로 처벌하는데만 중점을 뒀다면 이젠 예방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더 이상 예전처럼 전근대적으로 직원들을 대하는 것이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다. 이제는 이를 어떻게 규범화하고 문화로 정착시키느냐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황 국장은 또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들에 우선 권고해 모범을 보이도록 하겠다"며 "물론 부족한 점도 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이미 인권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어 관련 사례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직원들에 대한 폭행과 각종 엽기적 행각으로 공분을 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 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 사건이 대표적인 기업 내 갑질 사례다.
그는 최근 기업갑질 행태 근절을 위한 움직임은 '인권 패러다임 전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1960~1980년대 인권탄압의 주체가 국가였다면, 이제는 국가가 민간인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발생한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도 조현병 환자 치료 등 국가 역할의 공백에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황 국장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데려가서 치료하는 것도 하나의 인권침해라는 점에서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정신질환자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예방조치를 적절하게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질병이 악화하거나 특정 행동으로 발현되지 않도록 치료하는 이른바 '공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한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 또한 역점을 두고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황 국장은 이날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진주 현장에 내려갔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게 지원하고,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사진=홍봉진 기자

포토라인 문제도 '민간인 인권보호'라는 맥락에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의 자유와 국민 알권리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와 포토라인에 섰던 피의자가 무혐의 판결을 받을 경우 명예훼손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 간극을 어떻게 조화롭게 메워야 할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포토라인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보자'고 한 것도 이 같은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일단 오는 6월까지 언론계·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 각계가 참여하는 공청회, 심포지엄 등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7월부터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脫) 검찰화' 기조에 따른 세번째 비(非)검사 출신 인사다. 법무부 인권국은 인권 관련 정책수립과 함께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인권침해 사례 조사, 인권 관련 국제조약 연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프로필


△경상남도 함안(52) △마산고 △서울 법학 △사법연수원 31기△조지타운대 로스쿨 법학 △서울대 대학원 법학 박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사법개혁연구회 회원 △민변 편집장 △민변 인권침해감시단 △민변 촛불집회 변호인단 △민변 출판홍보팀 팀장 △민변 용산참사 철거민 변호인단 △민변 사무차장 △민변 대변인(2010~2011) △한양대 법과대학 특임교수 △황희석법률사무소 대표 △민변 중소상인살리기운동 법률지원단 단장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법률특별보좌관 △민변 나는 꼼수다 변호인단 △법무부 인권국장(20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