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대신 '카타르·호주·미국산'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한국 등에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오전 발표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사진은 폼페이오 장관이 8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최정예부대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했다고 발표 중인 모습. 2019.04.22.

이란산 원유 수입이 원천 봉쇄된 가운데 석유화학업계가 시선을 카타르와 호주, 미국, 아프리카 등으로 돌리고 있다. 단기적 원료 수급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국제유가 변동 등 중장기적 변수에 대해서는 업계의 불안감이 읽힌다.

2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가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가 대체 채널을 마련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은 이미 지난해 미국 제재의 여파로 상반기 월 600만배럴 수준에서 8월 200만배럴로 줄어들었다. 9~12월에는 아예 이란산 원유가 전혀 수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

다만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원료 공급 채널에 대대적 재편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나프타 함유량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그간 주요 원료로 사용됐다. SK인천석유화학,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등이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해 썼다.

업계는 일단 물성이 유사한 카타르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사용하는 한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이란산과 가장 성분이 유사한 카타르산을 비롯해 여러 생산지로부터 공급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원료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카타르 외 산지로도 채널을 다변화할 전망이다. 다른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아프리카 연안과 호주, 미국 등에 원료 주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산이 스펙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호주나 미국산 콘덴세이트에 특화된 설비도 국내에 많아 원료 수급이나 제품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원료 비용과 공급 상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미국과 제재 면제 협상을 벌였던 정부의 채널이 모두 무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변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