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끌던 구조조정, 단 3개월만에 끝낸 비결은?

왼쪽부터 법무법인 바른의 이민훈 변호사, 장주형 바른 기업법무그룹 그룹장, 노석준 변호사, 한승엽 변호사 / 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구조조정'은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보유 자산 감소를 우려하는 주주·채권자 뿐 아니라 종업원 및 이들의 가족들은 생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빨리 제거되는 게 좋다. 그럼에도 대개 구조조정은 짧아야 1년, 길게는 수년 이상을 끈다.


레이크힐스순천 컨트리클럽(이하 순천CC)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입회금 반납금을 마련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겪던 순천CC는 2013년 7월부터 주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주도로 워크아웃 절차를 밟았지만 부채는 날로 불어만 갔고 경영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2017년 말 우리은행은 더 이상의 워크아웃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남은 길은 공개매각 뿐이었다. 채권자들이 돈을 제대로 돌려받을 길은 그만큼 요원해지고 무엇보다도 순천CC 종업원들의 생계도 당장 위태로워질 상황이었다.

암울했던 2017년 말로부터 불과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2018년 4월20일, 순천CC의 구조조정이 번개처럼 완료됐다. 서울회생법원에서 진행된 회생절차 기간 순천CC가 M&A(인수합병)로 무난하게 골프존에 매각돼 73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이 유입된 덕이다. 우리은행은 이 중 500억여원을 받아갔고 회원들도 입회금의 40%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갔다. 순천CC 직원들도 5년의 고용보장을 받았다. 채권자, 채무기업 종업원 등 모두가 공개매각에 비해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은 셈이다.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된 지 단 47일, 약 1개월 반만의 쾌거였다.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점으로 하면 약 3개월만에 모든 구조조정 절차가 종결됐다.

워크아웃 기간을 포함해 5년 가까이를 끌어왔던 이 사안을 단기간에 끝낸 데에는 법무법인 바른 기업법무그룹의 노석준(44·사법연수원 36기) 이민훈(40·변호사시험 1회) 한승엽(36·연수원 45기) 변호사가 있었다. 이들은 2016년 8월 회생절차의 조기종결을 위해 국내에 도입된 '프리패키지 플랜'(Pre-Package Plan, 이하 P플랜)을 최초로 적용한 구조조정을 성공리에 완수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제2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법률자문대상을 수상했다.

P플랜이란 △전체 채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채권자 또는 이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정식 회생절차 개시 전 법원에 사전계획안을 제출해 승인을 얻어 △기존 방식의 회생절차에 비해 조속히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도록 2016년 8월 도입된 제도다. P플랜 방식의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현재 순천CC 지분을 보유한 기존 오너는 물론이고 주 채권자인 우리은행, 그리고 700여 명에 달하는 입회금 반환채권 보유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만 했다. 이들 사이의 합의는 법원에 의해 허가를 받아야만 효력을 가진다. 4각 구도의 이해관계자 및 법원 사이를 오가며 전체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짜고 실행한 이들이 바로 바른 변호사들이었다.


P플랜은 여전히 활용도가 저조하다. 도입된지 만 3년이 다 돼 감에도 순천CC를 비롯해 양평TPC 골프클럽 등 2곳의 구조조정에서만 활용됐을 뿐이다.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간의 합의가 매우 어렵고, 유동성 위기, 경영난 등을 겪는 오너들이 쉽사리 구조조정에 동의하지 못하는 탓이다. P플랜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기존 오너의 지분은 대부분 그야말로 지워져버린다. 노 변호사는 "우리 제도는 채무기업 오너에 대해 과도하게 가혹한 면이 있다"며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된 과정에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라면 기존 오너에게도 회생 이후 회사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결단이 늦어지면 그만큼 회생가능성도 줄어든다. 구조조정 절차 자체에 필요한 자금도 모자라면 운신의 폭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회생절차 개시를 위해 예납금을 법원에 납부해야 했지만 순천CC 쪽에서 이를 낼 여력이 없었다. 회사에 여유 현금이 그만큼 부족했던 상황"이라며 "예납금을 낼 돈이 있었다면 순천CC의 구조조정도 그만큼 더 빨리 종결될 수 있었다. 예납금 때문에 실제 M&A와 회생종결 등을 더해 한 달 가량 더 소요됐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경영위기를 겪는 오너들에게 P플랜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 변호사는 "경영위기가 심화되면 임직원에 대한 임금체불 등 이유로 오너 경영인이 부담해야 할 형사책임도 가중될 수 있다"며 "P플랜으로 조기에 구조조정이 완료되는 과정에서 오너가 경영권을 잃게 되더라도 최소 형사책임은 물론이고 민사책임까지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바른 기업법무그룹 그룹장을 맡고 있는 장주형 변호사는 "오랜 기간 많은 접촉을 통해 쌓인 신뢰가 없었다면 다각도로 퍼져 있는 이해관계자를 조율해 단기간 구조조정을 완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고객에게 적시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중재, 금융거래 등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필
노석준 변호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2007년 사법연수원을 36기로 수료한 후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삼부토건, 오투리조트, 동양매직, 반얀트리호텔 등 M&A 자문을 비롯해 한국갬브로 한국알파라발 등의 외화 보증·차임거래 등 자문,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및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 개발 등 부동산 자문 등을 담당한 바 있다.

이민훈 변호사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 법무법인 바른에서 기업법무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천신항건설 관련 항운노조 보상 자문, 강원도개발공사에 대한 매매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관련자문, 스마일시티 일조권·조망권 침해소송, 부전전자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수행한 바 있다.

한승엽 변호사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 사법연수원을 45기로 수료하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공인회계사 자격도 보유한 한 변호사는 2005~2006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현재는 바른 기업법무그룹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