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에도 매수주문 쏟아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실적이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주식시장에선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물량을 사들이면서 주가는 다시 8만원을 넘어섰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170,700원 ▼11,600 -6.36%)는 전날보다 2.17% 오른 8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 지지선인 6만원이 무너지며 5만6700원까지 추락했던 주가가 4개월 만에 40% 이상 상승한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선 오름세가 이어지며 저항선인 8만원까지 뚫고 고공행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개장 전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급감한 올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은 6조7727억원으로 전년 동기 (8조7197억원) 대비 22.3%, 영업이익은 1조3665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4조3673억원)보다 68.7% 각각 감소했다.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보다 64.7% 줄어든 1조102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어닝쇼크에도 시장은 무덤덤했다. 오히려 부진한 실적을 예견된 악재로 인식,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매수 주문이 쌓이고 주가가 상승했다. '확인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라는 투자 공식이 맞아 떨어졌다.

이날 SK하이닉스 거래량은 530만주를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732억원(91만주) 어치를 사들였다. 금액 기준으로 순매수 1위에 SK하이닉스가 올랐다. 개인과 기관이 매도에 나섰지만 주가가 상승 마감한 배경이다.


부진한 실적 발표 후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중순에도 초라한 2018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뛰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가 미리 반영되며 과대 낙폭 조짐을 보이던 주가가 악재를 확인한 이후 상승 전환했다는 풀이다.

증권가에선 당초 우려에 비해 1분기 실적이 양호했다는 평가와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감했지만 시장의 우려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라며 "이미 지난달부터 D램 고객 주문이 재개된 만큼 3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D램 재고 감소,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 등 수급 회복으로 올 3분기부터 하이닉스 실적이 살아날 것"이라며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다시 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소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2~3분기 수요증가, 재고하락 등 회복 기대감이 있지만 재고·원가절감 등 하반기 가격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