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리 경제개혁 실패… 아르헨 경제 '또' 붕괴 위기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 환영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또 발작했다.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페소화 가치는 폭락했다.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급증하면서 구제금융으로 버티던 국가 경제가 다시 붕괴 위기에 처했다. 경제개혁을 외치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말미암은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행한 단기 달러채 금리는 20%에 육박하며 부실 영역에 진입했다. 미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은 한때 46.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페소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에 따른 아르헨티나 국가 부도 확률도 1년 전 23%에서 최근 61%로 급등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60억달러(약 65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을 때만 해도 회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페소 가치가 올해만 16% 급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연 55%에 육박하는 등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3년 전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당선된 마크리 대통령의 약속은 무색해졌고 국민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는 10월 27일 대선을 앞두고 마크리 대통령 지지율은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IMF의 지원에도 마크리 대통령의 정권 장악력이 날이 갈수록 약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국가 재정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시장의 매도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금리 상승과 페소화 약세가 물가 상승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적 순환 고리"와 예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합쳐져 아르헨티나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크리 정권은 물가 안정과 지지율 회복을 위해 최근 밀가루와 쌀, 우유 등 60여개 생필품 가격을 최소 6개월 동안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오래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데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생산자들이 공급을 줄이면 오히려 물품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리 대통령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아르헨티나가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인지 우려한다"면서 "국가 부도 위험이 커지고 투자자들이 전보다 훨씬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