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좀비 국가' 될라…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가 발목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www.kinternet.org, 이하 인기협)는 4월 30일(화) 오전 8시, 인기협 엔스페이스(삼성동 소재)에서 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이베이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우버코리아가 후원하는 ‘2019 굿인터넷클럽 3차 행사’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상직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김민호 교수(성균관대,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 이진규 이사(네이버), 류준우 대표(보맵)가 토론에 참여했다.

"규제와 이해 충돌 때문에 자칫 '데이터 좀비'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보험 플랫폼 보맵을 운영하는 류준우 대표의 말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이해가 충돌하면서 사업자들의 경쟁력 약화 뿐 아니라 데이터 주권까지 잃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인터넷기업협회&스페이스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기로에 놓인 데이터 경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좌장으로 진행을 맡고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이진규 네이버 이사, 류준우 보맴 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국내 법적·제도적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자들은 국회 계류중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 제정이 속도를 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4차산업혁명 기반 사회에서는 데이터 양과 의존도가 과거와 다르게 커졌다"며 "하지만 데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데이터 사용이 어렵다"고 화두를 던졌다.

산업계에서는 개인정보 보호규제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규 네이버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하지만 지금 국회 상황에서 이를 낙관하기 어렵다"며 "논의가 재점화 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해외 동향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일본에서 인공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길을 열었고 유럽에서도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해 영내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넓혔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기 위해서 글로벌 법 규제와의 호환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GDPR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EU의 개인정보보호 법령이다.

류준우 보맴 대표는 "데이터 경제 규모가 내년 240조까지 예상되지만 한국은 준비가 더디다"며 "구글, 페이스북, 우버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 데이터까지 해외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데 국내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명정보 도입과 개인정보 민간 활용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 교수는 "가명 정보 개념을 만든 이유는 결국 동의 없이도 쓸 수 있는 정보의 영역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라며 "형식적인 동의 수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개념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민간 활용에 있어서 학술적인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기업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걸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정보 관리 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하는 것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향후 개인정보 피해가 일어났을 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관련 신뢰회복을 위해 사업자가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이사는 "학술이나 과학 분야에 대해 허용한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순수과학만 따로 떼기 어렵고 산학연계가 활발해 지면서 산업과 학계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며 "유럽은 개인정보 관리 위반시에도 명확한 판단 기준에 따라 과징금이 조정되기도 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관련 처벌이 약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회장에서 패널들은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이 작동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데이터는 사전예방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후통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규제를 풀어 주고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되 지켜야 할 기준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산업이 스스로 만든 규제 이슈에 갇혀 기회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대표발의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표발의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대표발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계류 중이다. 기업이 수집·활용 가능한 개인정보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