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 전쟁' 짐보리 승소…법원 "맥포머스, 특허침해 아냐"

'완구 전쟁' 1심이 일단락됐다. 한국짐보리(㈜짐월드, 이하 짐보리)의 어린이 교육용 장난감 '맥포머스 시리즈'가 타사 완구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법원의 결론이 나왔다. 맥포머스 시리즈는 각종 도형 형태의 평면 자석 블록을 연결해 입체 모형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영아·어린이용 조립식 장난감으로, 세계 60개국에 수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63-2민사부는 짐보리가 ㈜인더블럭(현 맥킨더)을 상대로 낸 전용실시권침해금지청구권 등 부존재확인소송에서 '맥킨더가 짐보리에 대해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며 최근 짐보리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맥킨더는 실용실안권자 최모씨로부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마그네틱 카드를 포함한 자석완구' 실용신안권에 관한 '전용실시권'을 획득했다. 전용실시권이란 타인의 특정한 특허발명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지난 2017년 말 짐보리가 '맥포머스 브레인 에볼루션 세트'를 국내에 출시하자, 맥킨더는 해당 완구가 자사만 사용할 수 있는 최씨의 실용신안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짐보리에 통보했다.

그러자 짐보리는 즉각 '에볼루션 세트'가 맥킨더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맥포머스 브레인 에볼루션 세트'의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는 등 행위가 맥킨더가 독점한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으니 이를 침해할 의무도, 손해배상을 할 의무도 없다는 것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청구였다. 한국짐보리의 매출 80% 가량이 맥포머스 시리즈에서 나오는 만큼 짐보리로선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소송을 접수한 법원은 맥킨더의 등록고안의 기술사상이 출원 시점에서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어서, 맥킨더의 등록고안과 짐보리의 교구 효과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는 실용신안권의 '마그네틱 카드'와 짐보리 제품의 '플레이퍼즐'의 개별적 기능이나 역할 등을 비교해봐야 한다고 봤다.


맥킨더의 실용신안권은 마그네틱 카드가 부착 가능한 자석 블록을 서로 결합해 여러 형상의 조형물을 만들 수 있는 실용신안권으로, 블록의 한 면에는 내용이 쓰여진 투명한 합성수지 소재의 마그네틱카드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짐보리의 해당 장난감은 정사각형, 정삼각형, 이등변삼각형, 사다리꼴 모양의 자석 블록 형태로, 여러 블록들을 붙여 조형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교구다. 자석블록에는 그림이 그려진 불투명 종이 소재의 자석 플레이퍼즐을 붙일 수 있다.

짐보리 맥포머스 브레인 에볼루션 세트

쟁점은 맥킨더가 보유한 실용신안권과 짐보리 맥포머스 제품의 유사성 여부였다.

법원은 "우선 맥킨더의 자석 블록은 가운데가 빈 정육면체 프레임에 해당하는 입체 형태인 반면 짐보리의 자석블록은 평면 형태의 여러 모양 프레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마그네틱카드와 플레이퍼즐의 소재가 서로 다르며, 마그네틱 카드는 그 자체로 자석이라 자성체를 끌어당기고 마그네틱 카드끼리 부착할 수 있지만 플레이퍼즐은 단순한 자성체라 퍼즐끼리 서로 부착할 수 없어 서로 다르다"고 봤다.

법원은 이어 "맥킨더의 등록고안은 마그네틱 카드가 부착가능한 자석블록의 한 면에 카드를 부착하면 쉽게 카드가 일정하게 배열되도록 부착할 수 있고, 카드의 테두리 고무자석 부분만 자석 블록에 닿아 카드 뒷면에 표시된 숫자·한글·영어 등 내용이 쉽게 훼손되지 않는다"면서 "반면 짐보리 교구는 등록고안과 달리 마그네틱카드를 자석 블록에 붙이더라도 카드 내용이 서로 잘 구별되고 눈에 잘 들어올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없고, 플레이퍼즐과 자석 블록끼리는 끌어당기기만 할 뿐이어서 부착이 어긋나도 이를 바로잡는 효과 역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맥킨더 독점 실용신안 그림

1심 법원은 결국 "양 제품이 결국 실질적 효과가 동일하지 않다"며 "짐보리의 제품이 문언침해나 균등침해에 의해 맥킨더의 전용실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짐보리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짐보리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영유아 놀이·음악·예술 프로그램인 짐보리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한국 프랜차이즈이자 세계 각국에 교구 '맥포머스' 시리즈를 수출하고 있는 회사다. 한국짐보리는 지난 2007년 미국 교구인 맥포머스를 판매하기 시작해 2010년 짐보리 본사의 제의로 역으로 맥포머스를 인수하고 직접 국내 개발과 유통을 시작한 바 있다.